'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타계 한달'을 기념하는 추모행사가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미망인을 비롯한 가족과 친지, 동료, 제자들이 모여 지난달 11일 세상을 뜬 고인을 기리는 아름다운 자리였다.


한국에서는 '피터 드러커 전도사'로 잘 알려진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이 참석하고 돌아와 이 글을 보내왔다.


이 전 총장은 지난 1992년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번역을 계기로 드러커 교수와 처음 대면한 뒤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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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의 일생을 축복함(Peter Ferdinand Drucker:1909~2005:A Celebration)'지난 10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대학 브리지스 음악홀에서는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달 11일 타계한 경영학의 석학 피터 드러커의 서거 한달을 기념해 그의 일생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고인의 가족과 동료, 친지, 제자들로 가득 찬 이날 행사장은 추모제이긴 하되 안내 팸플릿의 제목처럼 고인을 축복(celebration)하듯 아주 밝은 분위기였다.


93세의 미망인 도리스 드러커 부인의 재치 넘치는 인사말로 장내가 웃음바다가 된 가운데 행사가 시작됐다.


"우리 영감은 호기심이 유달리 많았지요.


몇 년 전 내가 고무 플라스틱으로 만든 버섯을 뒤뜰에 심어두었더니 다람쥐가 물고 갔어요.


그런 후 내가 다시 한 개를 더 심었는데, 영감은 그것을 진짜로 알았는지 버섯에 관한 책을 네 권이나 구해가지고 와서는 버섯을 기르는 법 등에 대해 연구를 하더라고요." 드러커 부인은 찾아온 손님들에게 활짝 웃는 얼굴로 마치 살아 있는 남편을 대하는 말투 그대로였다.


드러커 경영대학원의 조지프 마사리엘로 교수는 드러커가 조셉 슘페터가 임종의 자리에서 한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드러커는 "사람은 자신이 죽은 후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슘페터의 유언을 따라 자신 역시 임종 직전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드러커의 제자인 데이비드 드라이어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드러커와 잭 웰치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GE의 화학사업 담당 사장에서 GE 회장으로 승진한 잭 웰치가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자 드러커는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 하고 있던 사업을 지금 새로 시작한다고 하면, 그것을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당연히 대답이 '노(No)'였던 잭 웰치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업들 가운데 1, 2등을 하지 못하는 사업들은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GE를 본격적으로 구조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최근의 제자로 1989년도 졸업생 대표인 신시아 로라 몰리나는 학생들 리포트를 일일이 검토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제출토록 해 A학점을 주려고 애쓴 '고마운 교수님'으로 드러커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러커는 수명이 길어진 사회의 지식근로자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신은 죽는 날까지 은퇴를 하지 않았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 뒤 만난 드러커 부부의 비서역 다이안 양은 드러커는 세상을 뜨기 일주일 전만 해도 비교적 건강했다고 한다.


그때 드러커는 최근 저서의 인쇄요청이 몇군데나 들어왔는지를 물은 뒤 "아마 앞으로 좀더 들어올 거야"라고 말한 것이 마지막 대화였다고 한다.


드러커의 장례 후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는 지금도 비밀(?)이다.


다이안 양은 "드러커 가족이 그 일만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아마도 화장을 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재규 전 대구대학교 총장 jklco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