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만 수 <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 올해 겨울은 춥기도 하고 눈도 많다.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6ㆍ25전쟁을 통일전쟁이라 주장한 강정구 교수 사건,하지 않다던 국정원의 도청사건 등 꼬리를 물고 터진 사건들은 '망년(忘年)'을 힘들게 한다. 헝클어진 과거사는 새해에 대한 기대도 불확실하게 만든다. 해를 넘기는 이달에 들어서도 '망년'을 힘들게 하는 사건들이 이어진다. 사학법 개정으로 사학들이 '법률불복종운동'을 선언하고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논란은 전 국민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붉은 악마'와 월드컵 4강,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함께 'Korea'라는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올려 놓았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뉴스는 6ㆍ25전쟁 이래 우리가 두 번째로 만든 지구촌의 큰 뉴스라는데 가짜라는 말은 모든 국민에게 폭삭 내려앉는 충격을 주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제주도에 온 북한 대표에게 '동지'라고 불렀다는 뉴스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들이 '동지'라면 휴전선에서 '동지'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은 누구이고 '동맹' 미국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동지의 적'은 '우리의 적'이 되는데 그들 '동지'를 '범죄정권' '히틀러 이후 남의 나라 돈을 위조하는 최초의 정권'이라고 했다 해서 '동맹' 대사를 소환하라는 말도 나오고,남한 당국이 나서 북한의 달러 위조에 대해 해명했는데 그러면 미국은 '적'인가. 불법시위를 막다가 농민이 다쳤다고 불법을 막은 경찰은 직위해제시키고,재벌 보험회사가 계열기업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했다고 소급해서 처분하라는데 이렇게 해서 과연 법치주의가 확립될 수 있을까. 경찰은 시위자에게 두들겨 맞고 눈이 터져도 되고,재벌은 헌법이 보장한 소급입법금지 대상에서 제외돼도 되는지.미국에서 경찰이 정해준 선을 넘어 데모하던 교포가 갈빗대가 부러지도록 무자비하게 체포당하고,정지명령에도 달리던 교포 택시운전사가 총에 맞아 죽어도 경찰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기업이 크다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말은 더더구나 듣지 못했다. 나라의 빚은 몇 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나고 경제도 계속 내리막길이다. 경제성장은 벌써 몇 년째 아시아에서 바닥권을 맴돌고 있고 투자는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회사채발행과 신주발행이 사라진 증권시장은 본래의 기능으로 보면 "증시는 없다"가 되었다. 공무원 채용시험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청년실업은 심각하고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60%에 육박한다. 경제정책의 실패는 기득권층과 재벌에 의한 '양극화 현상'으로 덮어지기 일쑤다. 올해도 아시아 경쟁국들은 6% 이상 성장이 전망되는데 우리는 절반인 3%대로 전망돼 상대적으로 계속 뒷걸음질이다. 해가 가도 '망년'하기 힘든 불확실성들이 너무 많다. 과거사는 정황과 심증을 이유로 또 다른 정황과 심증에 의해 재단되고 있다. 현재도 불확실한데 흘러간 과거사까지 미래를 덮치니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도 무력화시키고 있다. 수도분할과 공기업분산까지 합쳐 불확실성은 확대돼 가고 또 다른 불확실성을 재생산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두가 불확실성에 싸여 있다. 불확실성은 특히 경제의 적이고,투자는 더욱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불확실성이 확대돼가면 미래에 대한 투자는 위축돼가고,미래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감소시킨다. 내년은 어떻게 되며 10년 후는 어떻게 될는지.그리고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30년 후는 어떻게 되고 다음 세대는 어떻게 나라를 경영할는지.차가운 겨울에도 청계천의 작은 물길은 한강으로 바다로 흘러간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