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협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keykim@kitech.re.kr > 제1차 한·베트남 투자협력공동위원회 참석차 베트남에 다녀왔다. 양국 투자가들을 위한 헬프 데스크(Help Desk)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MOU가 체결됐는데,이로써 베트남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한층 유리한 경영환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생기원 대표 자격으로 비나텍스 산하 염색가공업체와 20만달러 규모의 협력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달 초 국영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변신한 비나텍스에 생기원이 염색가공 분야의 종합적인 컨설팅을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베트남의 4대 투자국 중 하나다. 현재 베트남 진출 기업 수가 1000여개를 헤아리고,양국 간 교역규모도 40억달러에 이른다. 베트남은 86년부터 '도이모이'(Doi Moi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9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9%의 경제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그 후에도 풍부한 천연자원,숙련된 우수 노동력을 경쟁력 삼아 매년 7%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첨단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한국과 베트남의 기술협력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두 나라는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 오랜 식민 수탈 및 남북 분단의 역사,뿌리 깊은 유교의식,세계시장에의 뒤늦은 참여와 고도성장, 반도국가로서의 기질 등 유사점이 많다. 머리가 좋고 교육열이 높다는 점도 흡사하지만,몽고반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유전적으로도 가깝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길지 않은 수교역사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급속한 관계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역사적 동질성과 문화적 친근감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60,70년대 베트남전에 참여해 숱한 젊은이들이 피를 뿌렸지만, 월남전 특수에 힘입어 기업 성장의 자양분을 얻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가 쌓은 경제성장 노하우를 베트남에 전수해서 상생의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초기에는 우리의 생산기술 이전이 주류를 이루겠지만,베트남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으로 미루어 장차 상호 호혜적인 기술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섬유분야의 경우만 하더라도,생산기술 지원을 통해 섬유기계 수출이나 염색가공 조제에 대한 비즈니스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로 성장하게 될 베트남과의 파트너십이 동남아 다른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돼 줄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가 역사적 상처를 극복하고,글로벌 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진정한 기술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