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등 교정시설에 수감된 재소자들의 '제 몫 찾기' 투쟁이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용자들이 교도관이나 구치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모두 47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9건보다 26% 늘어났다.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재소자들의 인식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소음이 독서 방해


지난 4월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이 모씨(31)는 "구치소 수용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공시 피해에 따른 양해를 구하지도 않은 채 서울구치소가 개·보수 공사에 들어갔다"며 법원에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소송 이유는 "구치소 측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드릴 등을 사용해 공사 소음을 일으켜 수용자들의 독서와 휴식을 방해한다"는 것.


이씨는 "수용자들이 공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구치소는 피해를 줄일 방법을 마련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선택권이 없는 수용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떡 먹다 부러진 의치 값 배상하라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모씨(56)는 2003년 4월 구치소를 방문한 모 성당 교화위원들과 성경공부를 마친 뒤 떡을 나눠 먹었다.


그런데 이씨는 떡 속에 들어 있던 대추씨를 잘못 씹어 의치 3개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뒤늦게 고통이 심해지자 지난 11월 서울구치소 소장과 교도관,성당 신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씨는 법원에 우편으로 발송한 소장에서 "사형수도 음식물을 씹어 먹어야 하고 사형수에게도 내일이 있다"며 "구치소 측은 떡에 이상이 없는지 시식을 하고 이상이 없을 때 사형수가 먹을 수 있게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약으로 음식을 소화시키는 바람에 104kg에 달했던 몸무게가 27kg이나 빠졌다"고 호소했다.


◆"목욕하고 싶었지만 수갑 풀어주지 않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유 모씨(38)는 올 10월 말 구치소 직원을 상대로 무고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유씨는 "지난 6월 너무 더워 목욕을 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싶은 마음에 수갑을 잠시 풀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직원에게 당직 계장을 만나보겠다고 요청했지만 직원이 직권을 남용해 수감자의 권리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기동대 사무실로 불려간 뒤 컴퓨터를 망가뜨렸다는 모함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소송 증가로 인해 교정 업무에서 적잖은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법무부 교정국 관계자는 "'아니면 말고 식'의 소송을 제기하는 재소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전체 교도관 12800여명 중 3분의 1가량이 각종 소송에 얽매여 있다"며 "상당수 교도관은 법정 출두 등으로 본연의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