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지난 13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2004년 6월 말 이후 1년 반 동안 13차례 연속해 금리를 올렸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발표문에서 '경기순응적(accommodative)' 통화정책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이는 금리인상의 중단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미국의 중립적 금리 수준이 4%대로 알려져 있다는 점과 2006년 2월 앨런 그린스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버낸키 백악관 경제자문위 의장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취임한다는 점도 향후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내년 1분기 중 4%대 후반을 정점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나아가 금리인상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국내외 금융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견된다. 첫째는 국제자금흐름의 변화과정에서 달러화 약세가 재연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과 유럽과 일본의 뒤늦은 금리인상으로 더 이상의 금리 격차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미국 금리인상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국제자본의 미국 유입세를 둔화시켜 그동안 주춤했던 달러화 약세를 다시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급락하던 원ㆍ엔 환율의 하락세가 중단되거나 상승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원ㆍ엔 환율의 급락은 엔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발생했다. 일본 경제는 무역흑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펀더멘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일본 자금의 대규모 해외이탈,엔화를 차입해 이자율이 높고 강세가 예상되는 통화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엔화 약세를 예상한 투기적 엔화 매도 등 자본거래나 금융시장에서는 엔화를 매도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의 경우에는 한국의 무역흑자세 지속과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으로 보합세를 유지해 원ㆍ엔 환율은 급락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될 경우에는 엔ㆍ달러 환율의 급락 과정에서 원ㆍ엔 환율은 상승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위안화를 둘러싼 제2의 플라자 합의 논란이 제기되고,통상마찰이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나 실은 관련이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더라도 4%대 중반의 정책 금리는 미국 부동산 시장과 가계소비를 둔화시켜 미국 경기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부는 경기 둔화의 돌파구를 내수보다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의 개선,수출 확대에서 찾을 여지가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불똥이 한국에 떨어질 수도 있다. 2006년 국제금융시장 환경은 전반적으로 우리 수출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달러화 강세에서 약세로 반전, 위안화 추가 절상 논란 등 환율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엔화 차입에 대해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원ㆍ엔 환율의 하락으로 엔화차입이 급증하고 있는데,이는 원ㆍ엔 환율의 상승 반전시 큰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리 수출 기업들의 살길은 수출경쟁력 제고다.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의 어려움을 수출제품의 차별화,고기술,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면 수출기업들은 환경에 부침이 없이 견고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고조될 것으로 예견되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통상압력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과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