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중국에 때아닌 기부 물결이 일고 있다. 진원지는 다름아닌 중국 지도부다. 지난 주초 중국 언론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기부금을 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것이 신호가 된 듯 그후 인민해방군과 당 대외연락부 등 공산당 조직은 물론 헤이룽장 윈난 쓰촨 등 각 지방 간부들의 기부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부터는 베이징의 중앙정부 공무원들이 기부한 면 의류 등이 허베이 구이저우 간쑤 등 7개 성과 시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예년에 보기 힘든 모습이다. 중국 지도부가 앞장서서 기부문화 조성에 나서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혁ㆍ개방 이후 날로 확대되고 있는 빈부격차에 따른 인민들의 불만과 대형사고 빈발 등 사회불안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선 매년 6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7500만명의 절대 빈곤인구에 도움을 줘야 하며,6000만명의 장애인이 있고,60세 이상의 인구가 1억4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자선문화 확산을 위해 부쩍 노력하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 정부는 1949년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지난 11월 자선가들을 시상하는 대회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자선에 관한 한 중국은 한참 뒤처진 나라다.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미국의 38분의 1 수준이지만 1인당 자선금액은 73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중국 공상국에 등록된 기업 1000만개 가운데 99%는 한번도 자선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중국에서 이뤄지는 자선은 외국기업들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농촌의 낡은 초등학교 건물을 고치거나 지어주는 이른바 '희망공정(프로젝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청소년발전기금회의 구샤오진 부회장은 "지난해 걷힌 기금의 90% 이상을 기업이 냈고,이 가운데 56%는 외국기업이 출연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삼성과 LG전자도 희망공정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자선 물결을 타고 중국 인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