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LG상사 '오일 머니' 캔다..15억弗 중동 플랜트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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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내 LG상사 사무실과 40여개 해외 지사엔 종합상사의 변화를 상징하는 포스터 두 장이 나란히 붙어 있다.
'자원 개발 및 산업재 유통 전문상사,2008년 3000억원(경상이익) 봉우리를 향하여'라는 큼직한 문구가 적힌 포스터다.
지난 3월 금병주 LG상사 사장의 지시로 이 포스터엔 중동 CIS(독립국가연합) 중국 등이 '컨트리 마케팅' 대상 지역으로 명시됐다.
올해 1700억원대의 경상이익이 예상되는 회사가 과연 2008년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요즘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는 게 직원들의 분위기다.
개발시대 수출 첨병으로 불리며 전 세계로 '메이드 인 코리아'를 팔았던 종합상사들.1990년대 들어 주요 그룹 내 주력사들이 해외 지사를 대폭 늘리면서 대행 수출 일감이 빠져나갔다.
한때 '종합상사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종합상사들 가운데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회사로는 LG상사가 꼽힌다.
자원 개발과 석유화학 관련 플랜트 시장 진출로 '블루오션'을 한 발 앞서 개척했기 때문이다.
◆중동 플랜트,지분 참여에 생산물 판매까지
'프로젝트 오거나이저(Project Organizer)'로서 LG상사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는 지역은 제2의 개발 붐이 일고 있는 중동이다.
LG상사는 오만 정부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대규모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를 조성 중인 소하르 지역에서만 3건의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거나 수주를 앞두고 있다.
내년 6월 완공되는 폴리프로필렌 플랜트를 비롯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에틸렌 디크로라이드(PVC 원료) 플랜트,10억달러 안팎으로 예상되는 아로마틱스(BTX 원료) 플랜트 등 3곳의 사업 규모만 15억달러에 육박한다.
유명재 두바이 지사장은 "폴리프로필렌 공장에서 나오는 생산물 전량(연간 34만t)에 대한 수출 계약까지 맺은 상태여서 별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서 "나머지 사업에서도 생산물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상사는 GS건설 등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소하르 지역의 성공 모델을 오만 중부지역의 또 다른 초대형 플랜트 단지는 물론 인근 중동 국가에도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플랜트 사업을 따내 건설사에 공사를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저수익형 모델을 지양하고 지분 참여에 생산 제품까지 판매하는 고수익형 모델을 고수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 아다(ADA)광구 탐사 임박
플랜트와 함께 LG상사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자원 개발이다.
현재 오만 부카 유전,베트남 11-2광구,러시아 엘렐 탄광,호주 엔샴 탄광,필리핀 라푸라푸 동광 등 6곳에 지분을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대박'이 하나 터져 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8월 지분 50%를 인수한 카자흐스탄의 아다 광구는 그래서 주목을 끌고 있다.
LG상사는 세계 석유 메이저들의 각축장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올초 지사를 열고 '카자흐스탄 컨소시엄'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했으며 운영권까지 거머쥐었다.
최근 현지 장비업체와 계약을 맺어 탐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LG상사 조이식 부장은 "아다 광구 주변엔 다수의 생산 유전이 존재하고 있어 유전을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초부터 탐사에 들어가 상업 개발을 할 수 있는 유망 구조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에선 자원 개발은 물론 오만의 사례와 비슷한 산업용 원자재 플랜트 수주도 가시화되고 있다.
카스피해 인근에서 양질의 천연 가스가 무궁무진하게 나오는 만큼 이를 원료로 연산 35만t 규모의 폴리에틸렌 플랜트 건설 사업을 벌이기로 카자흐스탄측과 사실상 합의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