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산 건전성이 좋은 선두 저축은행들이 앞장서고 있다. 감독당국의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매물로 나온 업체들을 인수하기 위해 벌이는 경쟁 열기가 뜨겁다. M&A를 통해 업계의 대대적 재편이 예고될 정도다. ◆합종연횡 통한 재편 업계 재편의 신호탄은 그동안 인수자를 물색해 왔던 신한국저축은행으로부터 나왔다. 신한국 관계자는 22일 "중견 건설업체 부영의 관계인이 법인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신한국 지분 610만주(61%)를 인수키로 합의했다"며 "현재 매입자 측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실사 작업을 거의 마무리 짓고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자산 규모 1조561억원으로 업계 7위인 신한국은 서울 4곳과 경기 4곳 등 수도권에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 중인 예가람과 인베스트도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이 연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가람과 인베스트의 자산 규모는 5000억원 안팎으로 소규모 수준이지만 영업력과 재무구조가 우수,저축은행 상위 5개사의 판도 변화를 불러올 '폭풍의 핵'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예가람 인수 경쟁에는 한국,고려,부산 저축은행 등이 뛰어든 상태다. 인베스트의 경우 한국투자저축은행,키움닷컴 컨소시엄,부산저축은행,한국·진흥저축은행,삼화저축은행 등으로 인수자가 좁혀진 상태다. ◆수익 호전과 규제 완화가 배경 저축은행 업계에 M&A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는 우선 업계 전체가 전반적으로 경영 실적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2005회계연도 1분기(7~9월) 저축은행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투자 수익 증가와 대출 수수료 증가 등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회계연도 1분기 저축은행들의 당기손익은 1752억원으로 지난해 분기 평균치(753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1∼2년간 소액 신용대출 부실 때문에 고생하던 업계가 최근 살아나면서 저축은행이 되는 장사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M&A도 활기를 띠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당국이 저축은행 간 M&A를 활발하게 만드는 쪽으로 감독 규정을 변경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발행주식의 15%까지밖에 인수할 수 없었지만 최근 발표된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 변경 예고안은 주식 매입 후 연결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이 7% 이상만 되면 발행 주식 전체도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M&A와 관련해선 일정 수준의 건전성을 확보한 저축은행에 대해 최대한 자율성을 주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내년에는 저축은행들의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