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가까지 태워주세요(Need a ride to 24th).' 뉴욕 대중교통 노조(TWU)의 파업 이틀째인 21일 오전 8시, 뉴욕 맨해튼 133번가 앞.한 중년신사가 이런 말이 적힌 팻말을 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집이 있는 뉴저지주에서 여기까지는 카풀로 왔는데 사무실이 있는 24번가까지는 이동할 수단이 없다"는 것. 뉴욕의 명물 중 하나인 브루클린 브리지는 출ㆍ퇴근시간이면 벌써 이틀째 중무장한 시민들로 가득찬다. 40분 걸리는 다리를 걸어서라도 건너겠다는 사람들이다. 그런가 하면 맨해튼에 있는 한 주점은 TWU 노조원들에게는 1잔에 1달러의 요금을 더 부과하겠다는 신문광고를 냈다. TWU 노조원 옆에서 'TWU는 돌아오라'는 피켓을 들고 '역시위'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뉴욕의 대중교통이 이틀째 마비됐다. TWU가 25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출근시간만 4시간을 넘는다. 결근율도 20%를 넘는다. 개점휴업한 상가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경제적 타격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하루 손실액이 4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뉴욕시 5000개 소매업체를 대표하는 뉴욕소매업협회는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중 최대의 대목을 맞아 한껏 설레었던 소매업체들은 허탈하기 짝이 없다. 파업 이틀째인 이날 로저 타우산트 TWU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측이 퇴직연금과 관련한 입장을 바꿀 경우 파업을 끝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MTA측은 당초 신규 직원의 퇴직연금 부담률을 임금의 2%에서 6%로 인상하자는 안을 내놓았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다. 내년엔 70년 동안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로 군림했던 GM이 왕좌자리를 일본의 도요타에 내줄 전망이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산업이 몰락한 직접적인 원인은 다름아닌 노조원에 대한 연금과 의료비 지원이다. 똑같은 이유로 뉴욕의 대중교통이 마비되는 걸 보니,미국은 아직 '연금의 수렁'에서 헤어나기가 멀은 듯하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