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 논설위원 >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난자채취 과정에서의 윤리논란과 줄기세포 추출성과의 진실성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자였다. 우리나라를 배아 줄기세포의 종주국으로 평가받게 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난치병 환자를 비롯 수많은 사람들과 과학기술계로부터 스타 대접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인력이나 시설 등 연구환경이 척박한 상황에서 황 교수가 이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물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줄기세포의 분야별 최고 전문가와 관련연구를 지원해줄 수 있는 인물들로 짜여진 팀워크가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점이다. 황 교수팀의 25명 멤버는 내로라 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짜여져 있다. 난자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고 핵을 짜내는 '젓가락'기술을 보유한 연구원을 비롯 줄기세포의 배양분야,동물복제 분야,핵치환 분야 등의 연구원이 바로 그들이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추출에 필수적인 난자를 공급해 주는 병원의 관련 인사들은 물론 연구의 흐름을 잡아주고 논문을 발표하는 데 크게 기여한 국내외 교수진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을 통해 미국 등 외국에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난자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연구분야별로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독특한 네트워크를 갖춘 것이다. 그래서 황 교수팀을 과학계에서는 '드림팀'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미국 등 외국에서도 황 교수팀의 연구 시스템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파급효과가 엄청나다고는 하지만 한 가지 프로젝트를 놓고 학연도 없고 분야도 다른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황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팀을 탄생시키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배아 줄기세포와 관련한 두 차례의 논문을 발표할 때까지 그는 팀의 리더로서 연구를 훌륭하게 진두지휘해 왔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환상적인 앙상블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휘자로서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난자채취 과정에서 윤리논란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에 균열이 발생하고 말았다. 난자제공 병원 측과의 책임문제로 시작된 논란이 급기야는 팀원간 불신과 비방,인신공격 등으로까지 번지고 만 것은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황 교수팀이 이제 더 이상 종전과 같은 팀워크를 발휘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 원조국'이라는 꿈을 이루기도 전에 해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줄기세포의 진위논란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결론이 어떻게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예전과 같은 위상을 되찾고 세계적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애써 일궈놓은 줄기세포 분야의 성과가 사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지휘자가 의욕을 상실하고,연주자들이 이탈하고 불협화음을 터뜨리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운명을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