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지난주 제품 단가를 인하했다. 이구택 회장은 "앞으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련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한국경제신문 12월21일자 산업면). 단지 철강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데 웬 난리인가? 이는 단순히 경기 변동에 의한 철강가격 하락이 아니라,중국 내에서 수입에 의존하던 주요 철강재의 자급률이 높아지는 동시에 중국산 철강재의 수출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한국에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역할이 변화할 전망이다. ◆공급 과잉으로 치닫는 중국 철강산업 중국은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높은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을 보여왔다. 이 영향으로 지난 2~3년간 주요 원자재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철강산업만 하더라도 2001년 이후 전년 대비 30% 이상의 투자 증가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투자와 동시에 영세한 철강업체들의 구조조정,대형화 등을 추진하면서 이제 중국의 철강 수급은 균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략적인 전망은 2007년이면 거의 모든 제품에서 중국의 철강 수급이 균형을 이룰 전망이라 그만큼 중국 수출에 의존하던 우리 철강업체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자본집약적인 산업에서의 중국 리스크 이런 현상은 철강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가전제품,섬유류나 음식료 산업은 인건비 차이 때문에 이미 중국에 시장을 내줬다. 그러나 철강과 같이 자본집약적인 산업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건설시장을 누비던 굴착기 수출이 작년에 부진했던 것이나,저가 휴대폰 수출이 이제 포기 단계에 이른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의 어려움이 첨단 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흔히 중국 리스크에 대한 시각은 저가 중국 제품이 국내에 들어와 한국의 내수시장이 타격을 받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지금까지 양상은 이런 인식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포스코의 제품 단가 인하는 중국 시장의 성숙으로 더 이상 중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구조적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 그나마 어려운 가운데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출,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이 최근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굴착기,저가 휴대폰,철강에 이어 중국 수출 감소가 기술과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더욱 확산된다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3단계 중국 리스크 이제 한국 경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투자·소비·수출과 강한 연계성을 보이고 있는데 중국의 위협을 필자는 3단계로 구분하고 싶다. 1단계는 중국의 저가 공산품과 농수산물이 한국 시장을 점령하는 국면이다. 2단계는 최근 가시화하고 있는 중국의 투자 확대로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는 국면,그리고 3단계는 해외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이 상호 경쟁하는 국면이다. 현재는 2단계와 3단계 상호 경쟁의 중간 단계로 판단된다. 따라서 장기적 차원에서 중국의 경제지표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중국 퍼즐 게임 반면에 짧게 보면 철강제품 가격 하락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철강제품을 주로 소비하는 자동차,조선,금속 산업들은 원가 하락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올 가을부터 이미 철강주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조선과 자동차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이렇게 경제에 대한 사고의 중심을 중국에 놓고 판단하는 시대가 지금이다. 중국의 작은 뉴스가 담고 있는 의미를 폭넓게 바라볼수록 우리 경제와 미래에 대한 예측의 정확성은 높아진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화할 전망이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