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존] 외제차도 튜닝 안하면 압구정동선 '쏘나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2동 영동 세브란스병원 인근 외제 수입차 튜닝 전문업체인 '소닉(Sonic)'매장 앞.브라브스(Brabus) 하만(Hamman) A&A 등 뒤 트렁크에 낯선 엠블럼이 붙어있어 쉽게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고급 자동차들이 눈길을 끈다.
차량 앞 범퍼로 눈을 돌려 벤츠 BMW 포르쉐 등의 엠블럼을 확인하고서야 이들 차의 '족보'를 알 수 있었다.
최근 새로 산 BMW530을 튜닝(tuning)하기 위해 상담 중이던 김모씨(34·개인사업)는 "BMW530이나 벤츠 E클래스는 강남 테헤란로 및 도산대로 변에 10분 정도 서 있으면 4~5대는 지나갈 정도로 흔해 승용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압구정동 '쏘나타'로 불린다"며 "벤츠 엠블럼보다는 외국 튜닝 전문업체의 엠블럼을 달고 다녀야 더 알아준다"고 말했다.
'튜닝'이란 고장을 고치는 '정비'와 달리 자동차의 형태나 구조,성능 등을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손질하는 작업.
김씨는 독일 칼슨(Carlsson)사의 휠타이어(1000만원)와 독일 하만사 머플러(500만원),차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날개인 스포일러(250만원),앞 범퍼(250만원) 등 '외관 튜닝' 외에 출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A&A사의 슈퍼차지 엔진(1000만원)을 장착하는 '퍼포먼스 튜닝'도 곁들였다.
김재량 소닉 사장은 "최근 2~3년 새 늘어난 젊은 외제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벤츠냐,BMW냐보다는 튜닝 여부가 더 중요시된다"며 "차량 뒤에 독일 브라브스 등 튜닝 전문회사의 엠블럼을 다는 걸 뿌듯해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마니아들 사이에 새로 산 외국산 승용차를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개선하는 튜닝붐이 일면서 외제차 튜닝전문업소도 3년 전 1곳에서 최근 4곳으로 늘어났다.
외제차 수입이 급증하면서 자신만의 개성과 성능이 뛰어난 차량에 대한 마니아의 욕구가 튜닝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
이에 따라 3년 전까지만 해도 한 곳에 불과했던 서울지역 외제차 튜닝전문업체가 최근 4군데로 늘어났다.
◆튜닝 비용,그랜저 한 대 값=외제차 튜닝비용은 천차만별이다.
휠타이어 교체나 고속주행시 차체가 뜨는 걸 막아주는 스포일러 장착은 기본적인 튜닝이다.
속도와 안전성까지 고려한 튜닝비용은 수천만원에 이른다.
차량 내부를 카본 소재로 교체하고 늘어난 흡기량과 배기에 맞춰 엔진을 컨트롤 하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수정해 출력을 높이는 ECU 튜닝과 엔진튜닝까지 들어가면 비용은 억대로 늘어난다.
엔진을 완전 분해해 차량 소유자의 세세한 요구를 반영하는 '전문 공사'는 제품 생산업체의 외국 기술진을 직접 초빙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소닉의 김 사장은 "대체적으로 차값의 50%를 넘지 않지만 레이싱을 즐기는 고객은 가끔 국내 기술진으로선 쉽지 않은 튜닝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얼마 전 독일의 튜닝전문업체이자 완성차(완제품을 다시 튜닝한 차량)를 생산하는 하만사의 기술진 1~2명이 국내에 들어와 튜닝을 맡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고매매시장도 성황=외제차 튜닝 관련 업계는 최근 시장이 팽창,외제차 튜닝시장의 규모가 10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년 외제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튜닝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승용차 수입 누적액은 10억3700만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 규모다.
지난 8월 이후 매달 1억달러어치 이상 수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튜닝된 중고 외제차 매매도 늘고 있다.
20여개의 중고 수입 외제차 매매상가가 몰려있는 서울 양재동 오토 갤러리아에 따르면 최근 들어 3000만원 안팎의 비용을 들여 튜닝한 스포츠카 등 외제 중고차들이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다.
수입 중고차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유로모터스 한정희 부장은 "업소마다 한 달에 한 건 정도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통상 튜닝 중고차는 튜닝 비용의 50% 정도를 차값에 반영해 준다"고 말했다.
외제 튜닝 중고차 거래를 알선하는 온라인 전문 사이트도 운영되고 있다.
전문 사이트로는 보배드림과 SK엔카 등이 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