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을 맞은 거라 생각하는 게 차라리 속편합니다. 당한 사람만 불쌍한거죠." 지난 21일 쏟아진 눈 폭탄에 공장 붕괴사고를 당한 광주 하남산단 모업체 대표는 복구지원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각 기관마다 앞다퉈 폭설피해지원을 한다기에 '이번에는 혹시'하는 마음에 알아봤더니 '역시'였다는 것이다. 그는 재해복구자금 융자신청서를 갖고 은행에 갔지만 '담보능력 부족'이란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폭설피해를 당한 공장들이 대개 다 그렇습니다. 자금이 충분히 있다면 평소 공장 개·보수를 했지 피해를 당했겠습니까." 그는 피해도 입고 자금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모두 자신의 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이라고 자포자기했다. 산단내 또 다른 업체는 폭설에 자재창고 지붕이 견디지 못해 폭삭 주저앉았으나 그저 바라만 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남은 자재라도 끄집어내려면 무너진 창고를 뜯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관할 광산구청의 재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허가 처리기간은 최소 15일이 걸린다. 이 업체의 공장장은 "그 사이에 자재가 뒤틀리고 습기가 차 모두 못쓰게 될 것"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광주·전남지역은 이번 폭설로 23일 현재 143개 중소업체가 18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광주 전남 중소기업청은 업체당 10억원 이내의 재해복구자금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피해업체가 보증기관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지원신청서를 작성해도 대출기관인 은행의 판단에 따라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중기청 관계자는 "은행의 자금회수문제가 있어 중기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복구문제도 마찬가지다. 폭설재난시스템의 미비로 긴급복구가 지연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우선 '천재'가 '인재'로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자체 복구라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행정조치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폭설로 가동이 멈춘 하남산단에는 박광태 광주시장을 비롯해 이승훈 중소기업청 차장,송병태 광산구청장 등이 차례로 방문,피해지역을 한시간 정도 휙 둘러보기만 하고 떠났다. 탁상과 현장의 거리는 여전히 멀어 보였다. 광주=최성국 사회부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