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소통의 노래..오정국 시집 '멀리서 오는 것들' 펴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오정국 시인(49)이 네 번째 시집 '멀리서 오는 것들'(세계사)을 펴냈다.
지난 92년 낸 첫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 이후 시인의 주된 관심사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불화하는 '낭만적 자아'와 '존재론적 결핍'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시인은 이를 고향과 서울,물과 모래(사막)와 같은 말로 표현해 왔다.
이번 신작에서는 이런 시인의 시세계에 변화의 기미가 엿보인다. 전작에서 도시 속 사람들의 소통부재에 주목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존재와 존재 사이가 끊어지고 고립된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이어져 있다는 사실,즉 소통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래서인지 시인의 관심은 줄곧 '너와 나',이곳과 저곳의 '사이',그리하여 이르른 '소통'과 그 '소통'의 접점인 어떤 한 지점에 닿아있다.
'그 어디서 누가/ 이토록 간절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어/ 난데없이 내 입에서 이런 노래가 흘러나올까 찔레꽃,/ 붉게 피는// 해질녘이면/ 그 어딘가에서/ 또 다른 내가 저물고 있듯이// 여태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도 風景이 있고/ 冊이 있고/ 출렁거리는 물결이 있기에// 내가 강바닥에 쓰러져 울고 있을 때,/ 누군가 등 뒤에서 내 몸을 일으켜주었다 그런/ 이야기다 이 끝나지 않는 문장은….'('몸살,찔레꽃 붉게 피는-멀리서 오는 것들.1' 중)
시인은 '자서'에서 "요즘 와서 내 등 뒤에도 아득한 통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통로는 육체의 교합처럼 몸을 비벼 몸을 연,존재와 존재 사이의 눈물겨운 소통의 흔적들이다. 비로소 인간의 육체,저 비속한 아름다움에 눈길이 간다"고 썼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