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은 날 밤/차 간신 몰고 집에 돌아와/술 퍼마시고 쓰러져 잤다/아들의 방/아들이 밤중에 깨어보니/내가 화장실에서처럼/소변 보고 있었다/ 태연히/그리곤 방을 나가/화장실에 누웠다/태연히.' '술에 장사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말술은 호방함의 대명사로 여겨지고,폭탄주 양이 대인관계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실제 술을 마시면 슬픔을 잊고 온몸을 옥죄는 긴장에서 놓여날 수 있고 끔찍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기운을 차리는 것도 가능하다. 흉금을 터놓음으로써 유대감을 높일 수 있음도 물론이다. 그러나 술은 약이면서 독이다. 과음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이성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몸을 힘들고 지치게 한다. 제아무리 좋은 안주에 비싼 술을 마셔도 지나치면 다음날 머리가 쪼개질 것 같고 속이 울렁거리거나 쓰린 건 물론 온 몸에 기운이 빠진다. 숙취해소제(법)가 넘쳐나는 건 이런 까닭이다. 마시긴 마셔야겠고 어떻게 하든 덜 취하고 깰 때도 멀쩡함으로써 건강하고 '강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숙취해소제는 술꾼이 술 마시는 이유보다 많다. 숙취 증상이라는 게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 알데히드 때문이니 물이나 차를 많이 들이키라는 것은 기본이다. 차의 종류는 셀 수 없다. 인삼차 꿀차 녹차 유자차 허브차 구기자차 칡(갈근)차 수정과 등.콩나물국 북어국 복어탕(지리) 해장국 조개탕 등 국과 탕도 가지가지다. 감 사과 포도 등 과일과 과일식초도 좋다고 하고,숯을 먹으면 효과가 상당하다거나 산소 흡입 및 초컬릿이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영국 페닌술라 의대 연구진이 널리 알려진 숙취해소 처방의 효능을 분석한 결과 '별로'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숙취를 막자면 덜 마시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송년회를 앞둔 이들은 물론 술 실력이 사회생활 성공의 알파라고 믿는 이들은 참고할 일이다. 애주가로 알려졌던 서양화가 하인두씨는 만년에 투병하면서 "술을 덜 마셨으면 훨씬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