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지 내에 위치한 안양시 석수동 일대 2만3000여평은 토지 소유자가 무려 1700여명에 이른다.
20평짜리로 지분이 잘게 쪼개져 있다.
마치 요즘 분양하는 대형 테마상가 소유 구조와 유사하다.
토지의 이름도 '안양 석수공구상가'다.
그런데 상가는 그림자조차 구경할 수 없고 그린벨트 형태 그대로다.
이처럼 이상한 구조를 가진 데는 27년간 간직해온 사연이 있다.
지난 1977년 당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은 인구 분산과 환경 정화를 위해 청계천 인근 공구 및 자동차 부품상가들을 교외로 이전시킨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전 대상이 된 업종을 중심으로 한국기계공구상연합회 등 4개 단체는 상가이전합동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부총재로 있던 구국여성봉사단 소유의 안양시 석수동 인근 7만5000여평 토지를 이전 대상지로 매입했다.
이후 1979년 9월11일 20평 정도를 한 계좌로 만들어 상인 2600여명에게 분양했다.
상가개발사업은 분양 이후 한 달 만에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이듬해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전면 백지화된 것이다.
상인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 재개를 요구했으나 1992년부터는 제2경인고속도로 건설 등 공공사업 집행으로 2만5000여평 정도의 부지가 수용당하는 처지에 처했다.
이후 지주들은 석수토지개발조합을 설립해 나머지 토지에 대해 주택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2003년 광명역세권 택지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2만3000여평이 추가로 수용돼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계좌당 935만원이 보상가로 책정됐지만 27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보상 대상자 1700여명 중 연락이 닿아 보상액을 받은 사람은 300여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석수토지개발조합 관계자는 "잘못이라면 정부 시책에 따른 것밖에 없는 상인들이 불이익을 보는 것은 부당하므로 정부는 수용 과정에서 상인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