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환자맞춤형 복제배아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국가적으로 추진돼온 줄기세포 연구지원 계획도 궤도 수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무게중심이 상당 부분 성체줄기세포 쪽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배아줄기세포의 실용화 가능성이 과장됐다는 게 드러난 데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임상시험 단계에 있을 정도로 상용화에서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 :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줄기세포 진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선종 미국 피츠버그 의대 연구원이 24일 밤 시카고발 도쿄 경유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 883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없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


◆원점으로 후퇴한 배아줄기세포


황 교수팀의 원천기술이 완전 허구로 밝혀지게 되면 세계를 압도해 온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수년 이상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국이 배아줄기세포 선도국으로 불린 것은 환자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환자맞춤형 복제배아줄기세포 기술을 유일하게 보유했기 때문인데,사실상 그 기술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복제배아줄기세포 추출기술을 제외한 배아줄기세포 기초 연구에 있어선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이미 우리나라를 한참 앞질러 나가고 있다.


최근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의 과학저널에 부쩍 많은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문이 실리고 있지만 황 교수를 제외할 경우 국내 과학자의 논문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나 차바이오텍 등이 2000년대 초부터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해 오고 있으나 이들 3대 과학저널에 연구 성과를 발표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



◆도약 노리는 성체줄기세포


상용화 단계에 일부 접어들었으나 그동안 배아줄기세포에 가려져 있던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이번 사태로 오히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메카로 통했던 세계줄기세포허브가 이미 연구 방향을 성체줄기세포 쪽으로 선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허브 운영기관인 서울대병원의 성상철 원장은 황 교수의 논문조작 발표 후 "앞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해온 가톨릭대 오일환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못지 않게 성체줄기세포의 기능이 현재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성체 연구의 투자비가 배아연구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소개했다.


오 교수는 기회만 되면 세계줄기세포허브에 적극 참여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관련 업계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는 바이오벤처 업체 관계자도 "세계줄기세포허브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흑백논리는 안 돼


줄기세포 연구계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연구에서 배아와 성체 어느 한쪽만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으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바이오벤처기업 사장은 "배아줄기세포가 아직 임상단계와는 멀지만 줄기세포 기초 연구에서는 매우 중요하다"며 "배아와 성체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명공학연구원 한용만 박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줄기세포 연구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논란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