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소니와 낸드플래시 공급계약을 체결하려는 까닭은 급성장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장기 독주체제'를 다지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미 세계 최대의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애플컴퓨터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 상황에서 소니까지 고객사로 끌어들일 경우 향후 낸드플래시 최강자로서의 지위를 견고히 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여기에 올해 '삼성 따라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텔 도시바 등 후발업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소니와의 계약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애플과 MP3플레이어인 '아이팟 나노'에 들어갈 4기가바이트(GB)급 낸드플래시를 대량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아이팟 나노'에 독점적으로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며 국내외 업체의 부러움을 샀었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 11월에도 애플과 2010년까지 5년간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공급 물량만도 삼성전자 연간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애플이 삼성전자 외에 도시바,하이닉스,인텔-마이크론 합작사 등으로 낸드플래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 역시 새로운 대형 거래선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내년 6월께 애플에 맞설 새로운 MP3플레이어를 출시한다는 계획 아래 삼성전자의 8GB 낸드플래시를 주 메모리로 채택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가 필요로 하는 공급물량은 삼성전자의 연간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2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발업체 추격 따돌리기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올해 3분기만 보더라도 세계 시장의 50.2%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시바 하이닉스 등 후발업체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그동안 누려온 절대강자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도시바는 미국의 샌디스크와 공동으로 25억달러를 투자해 일본 요카이치 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대거 확충,생산 규모를 2007년까지 올해의 세 배 가량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지난 11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낸드플래시 합작사인 'IM 플래시'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소니와 또다시 대형계약을 터뜨리면서 확고한 가격 장악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발주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시장에서 가격인하 압력을 고조시킴으로써 진입장벽을 높여가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올 들어서도 D램 가격을 30% 이상 인하한 데 이어 낸드플래시 가격도 40%가량 낮췄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