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우리 원구 많이 컸네.오늘은 남산 타워 보러 가자."


눈꽃이 흩날리던 25일 크리스마스 아침.최태원 SK㈜ 회장이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18살 원구를 번쩍 들어 안았다.


익숙한 솜씨로 휠체어에 앉히더니 8명의 장애아들을 차에 태우느라 추운 날씨에도 진땀을 흘렸다.


서울 후암동에 위치한 중증장애아 보육시설인 가브리엘의 집.최 회장 가족들은 올해로 3년째 크리스마스만 되면 남몰래 이곳을 찾았다.


몸이 불편해 집밖에 나서기가 힘든 아이들에게 바깥 나들이를 시켜주기 위해서다.


올해는 최 회장의 두 딸인 윤정·민정이와 윤송이 SK텔레콤 상무 등 지인 3명이 함께했다.


"처음엔 목사님이 권유해서 시작했는데 이젠 이맘때만 되면 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저절로 발길이 향하네요."


첫 해는 가족 5명이 원구만 데리고 코엑스에 갔었고 작년에는 아이들 4명에게 워커힐 호텔의 마술쇼를 보여줬다.


올해의 동행 외출 장애아는 8명.처음에는 원구 하나만 챙기기도 벅찼는데 이젠 8명을 능수능란하게 돌볼 만큼 익숙해졌다.


"연극공연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작년에 보니 30분만 지나면 집중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남산타워를 보여주기로 했죠.전망대도 구경하고 케이블카도 타고…."


최 회장은 이날 장애아들과 함께 남산타워에 오르기 전 명동의 한 중국집을 찾았다.


식사 전에 "하나님 아버지 우리 보배(가브리엘의 집에서 아이들을 부르는 호칭)들 건강하고 튼튼하게 해주세요"라며 기도를 하더니 식사 내내 아이들의 목에 냅킨을 둘러주고 요리를 잘게 썰어 먹여주느라 본인은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


윤정이와 민정이도 뜨거운 음식을 호호 불어 아이들의 입에 넣어준다.


남산타워 전망대에 올라가니 최 회장 일행을 배려하듯 하늘이 화창해졌다.


멀리 보이는 서린동 SK본사와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을 가리키며 "아저씨가 일하는 데가 저기야"라고 설명해준다.


아이들도 '회장 아저씨'가 자랑스러운 듯 활짝 웃어 보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