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년 인구의 14.6%가 자살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47.3%는 우울증,13.5%는 치매와 연관돼있다. 우울증은 남자의 12%, 여자의 21%에서 평생에 한번 이상 나타날수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치매 또한 이 비율이 65세 이상 노인의 약 8.2∼10.8%에 이를 것으로 조사돼 있으며 전국에 30만명 이상의 치매 노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행복해지는 약(happy drug)'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약을 일컫는데 우울증치료제와 발기부전치료제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주요 저널들은 '우울증은 완치 가능한 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쏟아내면서 진보된 약물치료요법이 기존 정신치료요법과 융합되어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되찾게 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으나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회의 부정적 선입견이 자리잡음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내던지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낙관적인 소식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최근 정신의학은 심리학적으로 정신병리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신경전달체계,뇌신경내분비계,뇌신경면역체계 등 생물학적 기전에 근거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은 1990년대 초를 기점으로 기존 약보다 부작용이 적고 특정 뇌신경전달체계에 보다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치매 분야에서는 기능장애 등 증상악화를 지연시키거나 발병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예방하는 치료가 중점이 되고 있다. 한 예로 '경도인지장애'환자는 매년 16%정도가 치매로 전환되는데 이를 사전에 막는게 치료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가동하고 뇌신경 영상진단기술을 통해 뇌의 구조 및 기능을 계량적으로 평가해낼수 있게 된게 그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정신의학의 또다른 관심분야는 정신과 신체질환에 대한 통합적 이해와 접근이다. 예부터 정신과 신체 건강 간의 연관성이 깊다는 많은 연구들이 산발적으로 진행돼 왔으나 최근에는 사람의 심리가 심혈관계 자율신경계 면역계 내분비계에 미치는 작용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감정과 심혈관 기능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정신심장학이다. 이에 따르면 우울증은 건강한 사람의 심장발작 위험을 최소 2배로 증가시키며 과거에 심장발작을 경험했던 사람의 경우에는 5배까지 높인다. 우울증이 혈소판응집과 염증반응을 촉진해 혈전생성 및 이로 인한 동맥경화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또 서울대 강남센터의 연구결과 우울증과 대사증후군(심장병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이 복합된 증후군)은 높은 발병 연관성을 보였으며 우울증이 있는 환자는 혈당조절이 훨씬 어려웠다. 이처럼 사람의 정신과 질병의 발병관계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보다 철저히 연구하면 심신을 통합한 치료, 개인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