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8:25
수정2006.04.03 08:27
지난 12월 9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장의 중재안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나라당은 거리집회를 열고 사학법인들은 내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며 대항하고 있지만 정작 여론의 반응은 이들에게 호의적인 것 같지 않다.
그것은 사립학교 체제가 전반적으로 개혁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의 사립학교법 개정이 우리 사학,나아가 교육체제 전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인데,선행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구분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립학교법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학교법인이나 사인이 운영하는 모든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각 교육기관의 특성에 맞는 입법적 대응이 되지 못하고 있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은 별도로 각각 교육법이 마련된 것처럼 교육원리나 목표에 있어 전혀 상이한 접근을 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학법 개정은 주로 중등사학에 중점이 있는 듯하다.
중등사학은 미성년의 교육이라는 공공성이 매우 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점,학교재정을 거의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란 점 등을 고려하면 실은 사립이라기보다 준공립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이러한 중등사학에 일정한 사회적 통제와 투명성의 요구가 실현돼야 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법인이사 4분의 1에 대한 복수추천권의 도입은 이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인 정비라고 생각된다.
일부 종교사학에서는 종교적인 건학이념을 내세우기도 하지만,학교가 종교단체의 전도기관이 아닌 이상 이른바 건학이념의 구체적 실현도 사회적 통제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오히려 고민해야 할 것은 이번 사학법 개정을 계기로 중등학교에서 진정한 사학이 출현할 수 있는 숨통이 열려야 한다는 점이다.
부실하거나 육영의지가 없는 사학들을 적극적으로 공립으로 전환하는 한편,공교육체제를 벗어나 교육과정의 운영과 재정문제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학들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학부모와 학생이 그런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나가야 한다.
한편으로 사립대학들에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이라는 측면과 아울러 경쟁력의 확보라는 과제가 부과되고 있다.
사립대학들에 대한 여러 관료적 통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이들이 고등교육의 시장에서 평가받고 번영과 퇴출이 결정되는 경쟁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이것이 사학의 부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체제에서 대학의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재정을 조달해야 하는 학교재단의 경영권은 보장돼야 할 것이다.
동시에 대학은 사기업과는 달리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학문공동체이므로 그에 적합한 최소한의 규범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이고 그 핵심은 대학구성원들의 학교운영에 대한 참여권의 보장이다.
그간 많은 사립대학에서 교수들이 기업의 종업원과 같이 취급되고 학교운영에서 소외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교수들의 대표기관인 교수협의회가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 불법단체는 아닐지라도 임의단체로서 재단측으로부터 경원시되고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에서 대학평의원회가 일부 이사의 추천권을 갖게 된 것은 이런 점에서 역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이나 기능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구체화되겠지만 교수회가 핵심적 구성부분이 돼야 함은 당연하다.
이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사학법 개정이 우리 사학이 투명경영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