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리산에 풀어놓은 북한산 반달곰 몇 마리가 추적장치까지 달아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죽어버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부 주민들이 자기 가축과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쳐둔 올가미 때문이란다. 지리산 토속 반달곰은 이미 오래 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렵꾼들이 웅담과 박제를 팔아 이득을 챙기기 위해 무차별로 잡은 결과다. 부엉이와 흰수염고래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그즈음 최고급 독일산 고양이를 수입해 주겠다는 말만 믿고 수천만원대의 돈을 주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게까지 대접은 못 받지만 개,소,닭들도 멸종될까 걱정하지는 않는다. 도대체 지리산 반달곰과 독일산 고양이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답은 명쾌하다. 주인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다양한 이념과 진단에 따라 의견이 갈리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동의하는 경제원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주인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잘 만들고 가꾸려는 유인이 있으나 주인이 여러 명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렇기에 사유재산권이 잘 보호되고 활용되는 사회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반면 그렇지 않은 사회는 빈곤과 폭력의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음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경제학의 기본상식이다. 사학법을 두고 시끄럽다. 야당은 연일 길거리 투쟁과 의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학재단들,특히 종교계 학교들은 정권퇴진까지 외치며 반발하고 있다. 여당과 전교조는 법 개정의 정당성을 홍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이에 한총련까지 가세했다. 학부모단체도 이념에 따라 갑론을박에 나섰다. 정부여당은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리를 줄이기 위해 사학법 개정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분쟁,인사비리,회계부정에 연루된 사학은 교육부 자료에 의해도 2%가 안 된다. 비리 건수는 많으나 극소수 문제 사학이 되풀이해서 많은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다소 뻥튀기돼 있다. 더구나 그런 문제라면 현행법으로도 처벌과 통제가 가능하다. 결국 사학법 개정의 목적이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만 있지는 않아 보인다. 이번 사학법의 핵심은 개방이사제의 도입과 학교운영위의 추천을 통한 전교조의 이사회 진출,그리고 이들이 사학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데 있다. 정부는 전교조 가입률이 22%뿐이어서 이들의 영향력이 적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나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이 채 1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양 노총이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생각하면 그 두 배는 얼마나 엄청난 수치인가. 자신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학교를 세우고 후학을 길러 국가사회에 공헌하고자 수십 수백억원의 사재를 털었던 사람들이 있다. 학교에서 특정 종교나 이념의 교육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학교설립후 평준화라는 이름하에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빼앗았음을 기억하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재단의 학교재정에의 기여가 적기는 했으나 등록금을 포함한 갖가지 정부규제에 대한 반대급부였으며 운영예산 상당분은 교사 인건비로 지출된다. 설립후에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누군가가 건학정신도 묵살하고 자신들의 이념이 교육에 반영되도록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누가 교육기관의 설립을 통한 사회공헌을 꿈꾸겠는가. 사학 비리는 당연히 척결돼야 한다. 명백한 범법행위의 경우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교육과 학교의 공공성도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사학이 무주공산이 돼서는 안 된다. 공유지의 비극이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나타나는 날 우리 모두의 비극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