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태국에서 왔습니다.제 이름은 하디라고 합니다."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고주리 소재 경기직업전문학교 능력개발센터 지하세미나실.외국인 근로자들이 CD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를 서투른 발음으로 따라 하고 있었다. 발음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경기직업전문학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기업에서 일하기 전 2박3일(20시간)동안 한국어 한국문화 관계법령 산업안전 기초기능 등 필요한 기본교육을 받는 곳이다. 지난 22일 찾은 이곳엔 전날 도착한 태국인 근로자 198명이 연수를 받고 있었다. 휴식시간을 이용,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들의 표정에선 긴장감이 묻어났다. 마치 자대배치를 앞둔 훈련소 신병들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낯선 타국 땅에서 어떤 사장을 만나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비록 다소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이들 근로자는 그러나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과거 산업연수제 시절과 달리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걱정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앞으로 한국에서 받게 될 월급은 최저 임금에 각종 수당을 합쳐 월 100만∼120만원 선이다. 독락씨(20.여)는"국가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인력송출과 채용을 관리하는 만큼 월급을 떼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금체불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또 노동부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만든 상해보험과 귀국비용보험에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어 산업재해 등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최소한의 구제장치는 마련돼 있다. 상황이 이래서인지 일부 근로자들은 이국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제법 여유를 보였다. 아티차씨(33)는 "태어나서 처음 눈이란 걸 봤다. 흰색이 너무 신비하고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나오는 입김을 신기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근로조건이었다. 일은 할 만한지,한국인들의 인간성은 어떤지 궁금해했다. 한국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선배' 근로자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퍼부었다. 한국에서 3년동안 일한 적이 있는 아피차이씨(36)는"어떤 사회든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으니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고 동료들에게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이들 근로자는 또 한국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교육 담당자들은 전했다. 특히 고용주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예의범절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지상진 경기직업전문학교 산학협력부 팀장은"한국인 사장에게 귀여움과 칭찬을 받으려면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가르치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이지만 곧잘 따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강의의 주제는 안전교육이었다. 비디오를 통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대처 요령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자신들이 처할 수있는 상황이어서인지 이들은 비디오 시청에 집중했다. 이들 근로자는 교육내용에 대체로 만족해했지만 교육기간이 너무 짧다고 아쉬워했다. 백석종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처장은"2박3일간의 기본교육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큰 어려움 없이 국내 정착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기간 연장 등 근로자들이 원하는 부문을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성(경기도)=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