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물량이 해마다 늘어나 부두에 들어서면 활기가 넘칩니다.


부두 밖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다고 난리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딴 세상입니다."


부산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의 김종관 운영반장(47).그는 1991년 신선대터미널이 개장된 이후 줄곧 선박과 부두 사이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하역 장비인 갠트리크레인을 운전하고 있는 이 분야 최고의 '베테랑' 중 한 사람이다.


26일 오후 2시,42m 높이의 크레인 운전석에 앉아 컨테이너 선박에서 하역하고 있는 김 반장은 잔뜩 긴장했다.


이날따라 바람이 다소 세게 불어 선박이 흔들리고 크레인에 매달린 컨테이너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고공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면서 닦은 기술입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처럼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명성과 부를 얻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합니다."


신선대터미널에는 김 반장 등 갠트리크레인(8대) 기사 63명이 3개 조로 나눠 24시간 쉴새 없이 컨테이너를 처리한다.


하지만 선박이 몰려 물량을 제때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2척의 선박이 입항을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다.


신선대터미널이 지난해 처리한 컨테이너는 198만개. 올해는 205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며,내년에는 220만개를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부산항이 처리하는 물동량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세계 각 항만이 선사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의식,신선대터미널은 올해 초부터 생산성 향상에 나섰다. 직원들은 작업 숙련에 힘을 기울였고,회사는 크레인을 첨단화시켰다.


이 덕분에 크레인 1기당 컨테이너 처리 물량이 시간당 24개에서 28개로 늘었다.


세계적 선사인 머스크P&O는 이 같은 기동력을 인정,앞으로 5년 동안 연 120만개의 컨테이너를 신선대부두에서 처리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김 반장은 무엇보다 노조의식의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부두가 모자라 부산항에 왔지만 이젠 중국 등 경쟁항들이 서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유혹하고 있어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으로 항만 가동이 한번 중단되면 외국 선박은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국내 경기가 살아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고 서민들이 즐거워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