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의 '고육지책' ‥ '경찰공무원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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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공포키로 결정한 것은 선택적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경찰 조직의 반발을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번 결정으로 정부 내 부실한 입법관리 시스템과 허술한 당정협의에 대해 비판여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부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법안을 공포하는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차라리 거부권을 행사하고 제대로 된 법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입법관리 난맥상 노출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대신 '일단 공포-내년 2월 중 보완입법 상정'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까지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일 사안에 대해 두 차례씩 입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데다 거부권 행사에 상당히 접근했다가 이 카드를 접은 것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자칫 '경찰발(發) 권력누수'도 염려한 듯하다.
개정 경찰법이 소방·군 등 특수직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막대한 추가 예산과 같은 요인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거부권을 사용해 달라는 사립학교법은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별다른 요구도 없는) 경찰법에 대해서만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면서 야권과 천주교 등 일부 종교계와 갈등의 벽만 높아질 수 있다.
또 근무환경,급여체계,인사제도에서 불만이 많은 경찰조직의 반발도 예상된다.
그렇다고 국회 주도의 법률안을 그대로 공포,의결하기에는 뒷감당이 어려워진다.
때문에 "공포는 하되 다시 법개정으로 바로잡는다"는 입장을 정했는데,이 역시 "단순한 길을 빙빙 돌아간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일이 이처럼 복잡해지기까지 "당정 간 정책협의가 과연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또 다른 문제와 부딪치게 됐다.
◆후속입법은 어떻게
정부는 일단 개정안의 발효시점인 내년 3월 이전에 정부가 보완입법을 갖춰 2월 임시국회를 통해 재개정한다는 시간표를 정하고 구체적 내용은 추가 당정협의를 통해 마련키로 했다.
이날 오후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당정협의에서는 일단 개정안 중 근속승진의 근거는 남겨두고 구체적인 직급별 근속승진 연한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접근을 이뤘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하위직 경찰관의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법 개정안의 취지는 반영하되 다른 직종과의 불균형한 인사규정은 시행령을 통해 해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결국 개정안의 핵심인 근속승진 연한 단축기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이는 소방공무원 등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문제나 장기적인 예산부담 증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하위직 경찰인 순경 및 경장의 근속승진 기간을 현행보다 1년씩 단축하고,근속승진 대상에 간부급인 경위도 포함시켜 8년을 근속한 경사가 경위로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허원순·이심기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