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26일 모두 185명에 대한 2006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임원 승진 인사는 글로벌경영 역량 강화와 세대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에 따라 해외 전문 인력을 우대하고 '젊은피'를 대거 수혈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품질 및 연구·개발(R&D) 부문의 인력과 부장급 중간 간부를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킨 점도 눈에 띈다. 이날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미국 중국 인도 유럽 등지 해외 공장이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인력에 대한 배려가 두드러졌다. 또 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은 해외영업(수출) 부문에서도 승진자가 많이 나왔다. 현대차의 경우 이사와 상무 승진자 중 상당수가 해외 영업본부 출신이거나 미국 중국 인도 등 해외 생산법인 근무자들이다. 상무에서 승진한 이한호 전무는 현대차 중국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중국 전문가다. 이사에서 한 단계 올라선 안건희·이수길 상무는 해외영업본부 출신이고,이사로 승진한 이원희 이재록씨도 미국 생산법인과 앨라배마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기아차도 23명 중 6명(26.1%)이 해외 관련 전문 인력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다음으로 많은 19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한 현대모비스 역시 해외 전문가의 중용이 두드러진다. 김순화 전무(미국 앨라배마),이준형 상무(인도 첸나이),장국환 이사(중국 베이징) 등 19명의 승진자 중 7명(36.8%)이 해외 공장이나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생산법인 또는 해외영업 부문의 승진자가 많은 것에 대해 올 들어 수출 실적이 줄곧 성장세를 이어간 데 따른 보상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또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 전문가 외에 품질 및 연구·개발 부문에서도 많은 승진자가 나왔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내년을 '품질경영'의 해로 삼은 만큼 이에 걸맞은 인력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다.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우대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세대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꾀한 점도 이번 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185명의 임원 승진자 중 78명이 부장에서 이사대우로 올라왔다. 전체 승진 발령자의 42.2%를 차지한다. 현대차만 해도 임원 승진자 68명 중 절반 이상인 35명(51.5%)이 이사대우 승진자였다. 이번 인사를 통해 부사장과 전무급 가운데 1940년대생이 대거 물러난 것도 세대교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써 현대·기아차그룹 임원진은 50년대생이 주축을 이루게 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들어 실시한 수시 인사를 통해 CEO(최고경영자)급의 세대교체는 상당 부분 이뤄졌다"면서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글로벌 인재와 연구개발 인력의 중시 외에도 젊은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