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성 날씨 참 좋습니다.


추위가 많이 풀렸어요."


60년 만에 남북 민간전화가 개통된 28일 오후 1시30분.KT 개성지사에서 근무하는 조현선씨(41)는 기자의 전화가 남한에서 온 첫 민간인 전화라며 기뻐했다.


조씨는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15개 기업과 공단 건설을 담당하는 토목·건축·전기회사 등 56개 기업이 전화이용자로 가입했다"며 "228개 회선이 순조롭게 잘 연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에 따르면 이날 개성 시범공단 내 KT 개성지사는 개통식 참석차 서울에서 온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남중수 KT 사장 등 남측 인사 360여명과 북측인사 40명 등 400여명으로 활기에 넘쳤다.


조씨는 "일부 기업의 경우 구내전화 연결 프로그램을 채 설치하지 않아 통화가 안될 수도 있지만 2,3일 후면 100% 통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입주 기업들은 그동안 남한으로 전화를 하려면 일본을 경유하는 국제전화를 써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입주 기업들은 무엇보다 통신요금이 1분당 2.3달러에서 40센트로 떨어진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조씨는 "1분당 2.3달러일 때는 전화 걸기가 겁났는 데 이젠 마음놓고 통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역사적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남북 통신망은 1945년 8월 옛소련이 서울~해주 간 통신망을 단절한 후 60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판문점 직통전화,이산가족 상봉 등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 전화가 연결되긴 했으나 민간 전화망 연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화 개통은 2002년 12월 '개성공업지구 통신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된 것이 배경이 됐다.


합의 후에도 양측은 10여 차례의 협상과 기본합의서 및 부속합의서 체결 등을 거쳤다.


60년 만에 전화를 연결하기 위해 합의서에서 개통까지 3년이 더 걸렸다.


이번 전화망은 남북을 직접 연결하는 광케이블 기반의 상용통신망이다.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이용된 남북 간 통신은 모두 위성을 이용해 일본을 우회하는 국제전화망이었다.


민간 전화망 개통은 남북 간 정보기술(IT) 협력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진대제 장관은 이날 "IT분야 전반에 걸쳐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남북 당국자끼리 자주 만나 심도 있게 제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수 KT 사장은 "내년 하반기 개성공단 내에 3000평 규모의 통신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라며 "북측과 더욱 협력해 남북교류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