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증시] (4) 확바뀐 시장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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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
올해 우리 증시는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같은 평가의 밑바닥에는 본질적이고도 구조적인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체력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시장은 줄기차게 쏟아지는 외국인 매물을 거뜬히 소화해냈다.
외국인 매물 공세를 막아낸 중심축은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국내 기관이다.
외국인은 지난 9월22일부터 10월26일까지 연속 순매도 기간으로는 두 번째로 긴 24거래일 동안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3조3010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코스피지수는 1.48% 하락에 그쳤다.
기관의 업그레이드 파워가 반영된 결과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기업 체질 개선과 주주 자본주의 정착,그리고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장기 간접투자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이것이 증시 안전판으로서 기관의 힘을 키웠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때부터 국내 대표적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기관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했다.
그는 한국 증시가 지난 10년간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500∼1000선을 오가는 박스권에서 헤어나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90년대 국내 기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6%에 불과했던 반면 금리는 연 12∼15%에 달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 수익성 낮은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장기로 투자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기업의 이익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들쭉날쭉했지요. "
"그러나 이젠 상황이 변했다"고 장 사장은 강조했다.
시중 금리가 연 5%대로 내려앉으면서 투자자들이 은행 예금에 기대기 어렵게 됐고 기업들의 ROE는 평균 15∼16%까지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또 주주 중시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의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줄잡아 20%를 웃돌고 있다.
주식 상품에 대한 직·간접 투자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장 사장은 "장기 간접투자 열풍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인 금융자산의 본질적인 재배분 과정"이라며 "전체 개인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주식형 펀드 비중이 현재 10% 수준에서 40∼50%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관의 역할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조정시 안전판 역할이 첫째고,기업 경영 전반에 걸친 감시 기능이 두 번째다.
마지막은 투자자에 대한 교육이다.
"기관의 힘이 커졌다는 것을 모든 투자자가 실감하고 있습니다.
증시 흐름이 안정되면서 더 많은 투자자금이 펀드로 몰려들고 다시금 힘을 키운 기관이 더 안정적으로 시장을 떠받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대세 상승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그는 또 "외국인 매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40% 수준인 외국인 비중이 점진적으로 30%까지 떨어지고 그 매물을 기관이 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