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을 보면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정책은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5% 성장과 40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큰 목표 역시 지난해와 같다.


대신 기존 정책을 가다듬거나 추진 속도를 높이는 것이 대다수다.


참여정부 집권 4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다음 대통령선거에서의 재집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3년간 강조해 왔던 복지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각종 정책이 구체화된 게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 및 금융시장에서 규제를 완화한 점과 복지정책에 기업마인드를 일부 접목시킨 것 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증권사 거래 은행만큼 편해진다


재정경제부는 내년 중 자본시장통합법을 만들어 금융투자회사(증권사)의 업무영역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증권사 부가서비스도 은행 수준으로 높여주기로 했다.


이는 증권사의 전산시스템을 은행 공동전산망에 연결하는 것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현재는 증권사 전산시스템이 은행 공동전산망에 연결돼 있지 않다보니 증권사의 부가서비스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지고 있다.


증권사가 특정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을 경우에만 은행의 CD(현금인출기)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통해 이체 송금 출금 등이 가능하다.


그나마 증권사 영업시간이 지나면 이런 서비스가 중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은행 공동전산망과 접속시키면 모든 은행에서 언제라도 증권 계좌로 이체나 출금이 가능해진다.


또 증권 계좌를 월급 계좌로 지정해 신용카드 결제나 공과금·지로 납부 등도 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에서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것도 편리해진다.


최상목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전산망 연결은 증권금융과 같은 대표기관을 통해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증권업계와 은행업계 간 협의가 빨리 이뤄지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실손형 보험 활성화 시동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공보험)을 보완해줄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사보험)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실손형 보험이란 예를 들어 암에 걸렸을 때 1억원 등 일정금액을 받는 것(정액형 보험)이 아니라 치료에 들어간 실제 비용을 보상받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실손형 보험은 현재 모든 보험사가 취급이 가능하지만 질병 사망률 등 국민건강과 관련된 각종 통계자료와 개인 진료정보 등을 공단이 독점,실손형 보험시장이 정액형 보험시장의 10% 수준인 6000억∼7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중 공단으로 하여금 건강 관련 통계자료를 보험사에 제공토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단이 이렇게 되면 공보험의 붕괴가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그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보험업계는 통계자료뿐 아니라 미국의 경우처럼 개인 진료정보까지 공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도 기업형으로


예산사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확대 사업에 기업형 제도가 마련된다.


사회적 일자리란 간병인 가사도우미 방과후교사 등의 직업을 지칭한다.


현재 간병인 등은 정부기관 종교단체 등이 주로 알선해 주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간병인 등을 알선하는 영리기업에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예산 지원 규모를 올해 1691억원에서 내년엔 2908억원으로 대폭 늘려잡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