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재벌 비판 여론에 대해 "엔진이 고장났다고 자동차를 버리는 것은 난센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부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해서 재벌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28일 한국은행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재벌 체제는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으며,선진국을 추격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재벌 체제는 여전히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다만 "재벌들도 정경유착 근절이나 사회적 책임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경제학자 중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모델로 한 세계화에 대해 일관되게 비판을 가한 대표적인 인물.그가 신자유주의 비판을 위해 저술한 '사다리 걷어차기'는 세계 15개국 언어로 번역됐으며,최근 펴낸 '쾌도난마 한국경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탐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 교수는 또 정부의 대외 개방 확대를 통한 서비스업 육성 정책에 대해 "현 상태에서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면 심각한 대량 실업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영업 등 서비스업이 비록 생산성이 낮긴 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인력들을 흡수하는 기능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서비스 시장 개방에 앞서 재취업 제도 개선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금융 허브 추진을 위해 싱가포르를 모범 사례로 들지만 싱가포르의 1인당 제조업 생산은 한국의 2배에 달한다"며 "금융 정보기술(IT) 솔루션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발전하려면 단단한 제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