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내 훈훈한 미담이 겨울추위를 녹이고 있다. 대검찰청이 28일 발표한 사례들은 범죄자를 가려내 처벌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딱딱한 것처럼 보이는 검사도 결국 '부드러운' 인간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낮에는 '검사' 밤에는 '교사'= 윤경원 광주지검 장흥지청 검사는 법률구조공단 장흥출장소 남동성 공익법무관과 3개월째 불우청소년 70명이 있는 사회보호시설인 강진자비원을 찾고 있다. 이 두 사람은 매주 두 차례 자비원을 찾아 초등학생 12명,중학생 6명,고등학생 2명 등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쳐주고 독서지도는 물론 생활상담과 인성교육까지 하고 있다. ◆'전과자'의 길을 '성악도'의 길로= 예술계 고등학교에 다니며 전국 음악 콩쿠르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등 촉망받던 예비 성악가 박모군(17)은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 깨지면서 레슨비를 대지 못할 형편이 됐다. 성악을 포기하고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학한 박군은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자퇴를 했다. 지난 8월 친구들과 함께 차량에서 가방을 훔치다 붙잡힌 뒤 이전에 오토바이를 훔친 전력까지 드러났다. 하지만 박군의 불우한 성장과정과 음악적 재능을 눈여겨본 강여찬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박군을 처벌하는 대신 석방하고 기소유예 처분한 뒤 독지가들의 후원까지 받아냈다. ◆'감방' 대신 '가족의 품'으로= 지난 6월 허모군(20)은 횟집에서 5만원을 훔치다 붙잡혀 서울서부지검에 구속송치됐다. 허군은 두 살 때 어머니가 가출하고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잃은 뒤 공장과 술집 등을 전전했다.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바람에 모았던 재산을 병원비로 날린 뒤 생활고를 못 견뎌 돈을 훔친 것.사건을 맡은 황인규 검사는 허군을 처벌하는 대신 허군 어머니가 강원도 연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머니는 이미 재혼한 상태였지만 재혼한 남편도 적극적으로 나서 검사실에서 20년만의 모자상봉이 이뤄졌다. 이런 사정을 들은 피해자도 흔쾌히 합의서를 써줘 허군은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됐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