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초저출산 등으로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인기 영합적인 재정 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강해질 수 있다”며 “최소한 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명)으로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갈등을 조율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인재 양성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이 총재는 14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대담하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대담은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이 총재는 저출생·고령화와 기후변화를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거론했다. 그는 “낮은 출산율은 성장률 하락으로 직결된다”며 “초저출산이 지속되면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고려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 부채 폭증, 사회 갈등 심화라는 불가피한 종착점에 도달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이 총재는 이날 포럼 기조연설에서도 “2024년 합계출산율(0.75명)이 지속되면 한국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후반 0%대로 하락할 것”이라며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현 출산율이 이어지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3년 46.9%에서 50년 후 182%로 치솟을 것”이라고 부연했다.이 총재는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분배 여건이 악화하고 세대·계층 간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이런 사회 문제를 단기적으로 풀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에 의존한다고 이 총재는 분석했
아파트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가구별로 서로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이번 소송은 2020년 11월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에서 비롯됐다. 705호에서 발생한 불이 위층인 1305호까지 번져 그을음 피해가 발생해 약 948만원을 물어주게 됐다.삼성화재는 1305호 소유자와 개별 화재보험을 체결했고, 현대해상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 건물 전체 및 가재도구 등을 포함하는 단체보험 계약을 맺었다.두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474만원씩 지급했는데 삼성화재는 705호 과실을 이유로 현대해상의 전액 부담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쟁점은 아파트 내 개별 가구가 단체보험상 ‘타인’인지 여부였다. 삼성화재는 가구별로 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고 현대해상은 모든 가구가 공동 피보험자로 가구 간 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1심은 현대해상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삼성화재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705호 소유자와 거주자는 피보험자에 해당하고 1305호 소유자는 ‘타인’에 해당한다”며 “피고(현대해상)는 원고(삼성화재)가 1305호 소유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구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황동진 기자
삼성SDI가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공장 확충 등에 쓰기 위해서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움츠러들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로 캐즘 이후 펼쳐질 배터리 호황에 대비하기로 한 것이다.◇“주주 반발에도 투자는 계속”삼성SDI는 14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삼성SDI의 대주주인 삼성전자(19.58%)와 국민연금(7.39%), 블랙록(5.01%), 일반 소액주주(61.72%) 등이 유상증자 참여 대상이다. 청약일이 5월 27일인 만큼 상반기 중 대금이 들어올 전망이다.최주선 삼성SDI 대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기술 경쟁력 강화, 매출·수주 확대, 비용 혁신을 통해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 사이클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지난 20년간 한 번도 유상증자를 하지 않은 삼성SDI가 주주 반발에도 조 단위 자금 수혈에 나선 건 배터리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아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16조5922억원, 영업이익 36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 21조4368억원, 영업이익 1조5455억원에 비해 각각 22.6%, 76.5% 감소한 수치다. 총부채에서 단기유동성을 뺀 순차입부채는 2023년 3조6651억원에서 9조6789억원으로 2.6배가량 불어났다. 수입은 줄어들고, 빚만 쌓인 셈이다.재무구조가 나빠졌지만 경영진은 ‘필요한 투자는 반드시 적기에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27~2028년께 캐즘이 끝나면 기술력과 양산 체제를 갖춘 몇몇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