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丙戌年) 새해가 밝았다.


경기가 살아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게 서민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섣부른 기대나 좌절은 금물이다.


먼저 다양한 변수들을 꼼꼼하게 챙겨보면서 한 해의 경제를 조망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연구소 등 국내 예측기관은 물론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외국투자은행도 대체로 올해 한국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부진했던 경기의 기저효과(base effect) 덕분이라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최근의 민간소비 추세가 이어지고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살아나면 성장률이 5%를 웃돌아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부문 증가율이 4%대 중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설비투자도 민간소비와 관련이 높은 운수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개선되면서 8%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의 과잉부채가 조정되고 고용증가로 인한 소득상승이 민간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수출과 내수가 경제성장을 고르게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조정 △고유가의 부정적 영향 확산 △지역 간 무역불균형에 따른 마찰 등으로 2005년(12.6%,통관기준)보다 다소 둔화된 10% 내외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등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온 만큼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여건 악화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대체로 작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제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내수 부문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무엇보다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는 점.그동안 저성장의 직접적인 원인이 투자침체에 따른 성장잠재력 위축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가 획기적으로 규제를 개혁하고 기업친화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면 불확실성이 해소돼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날 것이란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차입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지난해보다 연평균 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경기는 다소 회복돼도 국내외 경쟁 격화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은 금융비용 부담과 수익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도 금리 상승기를 맞아 예금의 경우 만기가 짧은 상품을,대출은 고정금리 상품을 고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 밖에 국내 주식시장의 호조를 타고 성장성이 높은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증가할 전망이다.


산업별 경기는 작년 분위기가 대체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보기술(IT)쪽은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신제품 서비스 등장으로 하반기 회복이 점쳐지고 있고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전통 산업도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해 주력산업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돌발변수도 적지 않다.


5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여야 간 정국주도권 경쟁이 가열되고 혁신·기업도시의 입지선정과 투자 유치과정에서 적잖은 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또 재정수지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노·사·정 간 갈등과 양극화 문제도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걸림돌을 사회적 합의로 지혜롭게 풀어나간다면 2006년은 재도약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