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금융계는 연초부터 대규모 M&A건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국계 SCB가 제일은행을 인수키로 확정한 것.이로써 지난 2000년 뉴브리지캐피탈로 넘어갔던 제일은행은 'SC제일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아 재탄생하게 됐다. 은행권에 SCB와 제일은행간 M&A가 있었다면 보험업계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의 SK생명인수가 있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5월 1600억원대를 투입 옛 SK생명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솔로몬저축은행이 부산 한마음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규모기준으로 업계 3위(지난 10월 말 기준)로 부상하는 등 2005년은 금융권에 대형 M&A가 활발하게 진행된 한 해였다.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이 올해 새롭게 '순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등 은행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 뿐 아니라 국책은행들의 순이익 전망치도 장밋빛 일색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순이익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며,기업은행의 순이익은 1조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자기몫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특히 은행들이 자산운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자 은행비대화가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은행들이 안전자산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다 보니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돼 금융기능이 상실되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지난 9월7일 코스피(KOSPI)지수는 1142.99를 기록해 10년9개월 만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통해 1300을 돌파했다. 코스닥지수도 11월 말에 약 3년5개월 만에 700고지를 다시 밟았다. 짧은 기간에 주가가 1000포인트를 돌파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여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이 내년도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로 1400∼1600포인트를 전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주식시장은 내년에도 열기를 거듭할 수 있을 것인가. 주가지수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매달 일정액씩 투자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이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200만계좌(5조2000억원어치)가 판매되는데 그쳤던 적립식펀드의 판매액과 계좌수가 7개월 만인 지난 10월에는 무려 11조6100억원과 471만계좌로 불어났다. 한마디로 적립식펀드의 열풍이 불었다 투자수익에 따라 실적배당을 하는 변액보험 상품도 큰 인기를 끌었다. 총 22개 생보사 가운데 19개사가 판매하면서 생명보험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2월1일부터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선진국형 3층 노후보장제도가 마련됐다. 퇴직연금제도는 사업장의 특성과 근로자의 선호에 따라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이 도입됐다. 현행 법정 퇴직금 제도는 지난 61년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도입됐지만,연봉제가 확산되고 기업도산시 체불이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있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3년반 만에 처음으로 은행간 초단기 자금거래 때 적용하는 콜금리를 두 차례 올렸다. 지난 10월 초 3.25%였던 콜금리가 2개월 만에 3.75%로 올라 저금리 시대가 끝났음을 알렸다. 콜금리 인상으로 은행 예금 및 대출금리가 동반인상됐지만 상대적으로 빚이 많은 서민들은 이자부담이 커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콜금리 인상으로 지난 수년 동안 지속된 금리하락세가 멈춘 것은 사실이지만,그렇다고 금리가 곧바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당분간 금리가 보합 내지 점진적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따라서 재테크 전문가들은 "콜금리 인상이 재테크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만큼 중요한 변수는 아니다"며 "펀드 등 투자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계속 유지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소액 신용대출 부실과 유동성 위기 등으로 위기를 겪었던 신용카드 및 상호저축은행 등 소비자 금융업계가 부활을 선언한 한 해였다. 신용카드 업계의 경우 유동성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LG카드가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나머지 카드사들도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 역시 올해 부활의 날개를 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회계연도(2005년 7월∼2006년 6월) 1?4분기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총 1752억원으로 지난해 분기 평균치(753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고교동창 사이인 국민은행과 조흥은행 직원이 총 850억원대의 양도성 예금증서(CD)를 가로채 해외로 도주하는 사건이 지난 7월 발생했다. 이 사고는 역대 금융사고 중 액수면에서 사상 최대규모인데다 CD 유통체계 허점을 드러낸 사고여서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이 중징계를 받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앞서 6월에도 기업은행 일산 마두지점에서 300억원 규모의 CD 분실사고가 발생하는 등 올해는 유난히 대형 금융사고가 빈발한 한 해였다. 금융권의 최강자가 되기 위해 LG카드와 외환은행을 잡기 위한 대형 금융회사간 구애가 절정에 달한 한 해였다. LG카드의 경우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씨티은행도 강력한 인수후보군 가운데 하나로 올라 있다. 다만 씨티의 경우 통합 1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는 노사관계 악화가 LG카드 인수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당초 하나금융지주가 단독 인수후보군으로 떠오르는 분위기였지만,연말을 앞두고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이 본격적인 인수참여를 선언하면서 물밑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지주회사가 지난 12월1일 출범함에 따라 국내에는 4개의 금융 지주회사가 운영되게 됐다. 이어 국민?산업은행 등도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보험회사들도 저마다 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금융권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겸업화에 대처하고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통해 금융계열사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지주회사 내 금융계열사 업종간 리스크를 완충하는 역할보다 증폭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