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다산금융상] 대상 :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순익1조원대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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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닉네임은 '검투사'다.
'지면 죽는다'는 좌우명처럼 비즈니스 무대에서 생사를 걸고 싸우는 그의 유별난 승부사 기질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황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부실금융기관의 집합소'라는 오명을 썼던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를 취임 2년 만에 순익 2조원을 넘보는 초우량 금융사로 탈바꿈시키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올 3?4분기까지 1조5000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조원대 당기순이익 행진이다.
취임 전인 2003년 당기순이익이 563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이다.
황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취임 전에도 이미 '스타 CEO'였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내 최고의 국제금융 전문가로 삼성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지난 2001년 49세의 젊은 나이에 삼성투신운용 사장에서 삼성증권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증권업계의 고질이던 약정 경쟁을 중단하고 '정도(正道)경영'을 선언하면서 화제를 뿌렸다.
이어 삼성증권 사장으로 재임중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지원,지난 2004년 3월 자산규모 150조원의 초대형 금융그룹의 사령탑에 올랐다.
황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취임하며 우리은행을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리딩뱅크'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위해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인사시스템을 혁신하고 인재육성과 윤리경영을 정착시키는 등 금융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갔다.
황 회장은 또 우리금융그룹을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갖춘 명실상부한 '종합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켜 국내는 물론 외국 금융기관과의 경쟁에서 토종 금융의 자존심을 지켜 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LG투자증권을 인수,우리증권과 합병시킴으로써 대형은행과 대형증권사의 연계를 통한 실질적인 '유니버설뱅킹 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했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에 대해선 우리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기 보다는 독자 브랜드를 살리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두 지방은행은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압도적인 시장점유율과 높은 수익성을 갖춘 우량 향토은행으로 거듭났다.
취임 당시 8800원에 불과했던 주가도 연말엔 2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에 '청신호'를 울리고 있다.
공적자금 전액상환을 위한 주가는 주당 1만7733원.현 주가 수준으로 전량 매각할 경우 투입됐던 공적자금을 전액 건지고도 남는다.
주가상승으로 정부와 우리금융 임직원들 모두 대박의 꿈에 부풀어 있지만 막상 성공의 주역인 황 회장 자신은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돼 있다.
그는 시중은행장 가운데 스톡옵션을 받지 못한 유일한 CEO다.
그러나 황 회장의 칼날은 최근 들어 더욱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토종은행론'을 주창하며 다른 은행들과 전면전을 선언했다.
토종금융그룹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은행 영업대전에 나가 기필코 승리하라는 임직원들을 향한 강력한 주문이다.
그는 또 외환은행과 함께 금융권 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LG카드 인수전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금융계 최고의 승부사인 황 회장이 내년 금융권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어떤 진검승부를 펼칠지 금융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