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석 < 경희대 대학원장 > 올해는 우리나라의 대외무역 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어선 해로 우리 무역사에 남게 됐다. 대외무역 5000억달러는 아프리카 53개국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큰 규모이며,세계적으로도 이를 넘는 나라는 미국 일본 등 G7 선진국을 포함해 11개국밖에 없다. 지난 1963년 5억달러에 불과했던 우리의 무역규모는 이후 40년 동안 평균 19.1%의 초고속 성장을 기록,그 때보다 무려 1000배로 불어났고,무역 구조도 생사 가발 등 1차 산품을 수출하던 국가에서 이제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을 수출하는 무역대국으로 발전하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세계무역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후발국들의 추격은 날로 격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극복하고 무역 규모 1조달러,소득 3만달러의 선진통상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무역'에 대한 사고 전환이 절실하다. 흔히 '무역'하면 다른 나라와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무역'은 싸워서 이길 때 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 '화합'을 잘 조화시켜 나갈 때 모두가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경쟁'해야 할 때 경쟁하지 않고 '화합'해야 할 때 화합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역을 통해 어떠한 이익도 챙길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두고 경쟁해야 할까? 첫째,기술개발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는 기술경쟁을 통해 1차 산업에서 경공업으로,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첨단산업으로 발전하며 성장해 왔다. 이제는 기술경쟁을 통해 IT BT 등 첨단산업에서도 새로운 주력산업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기능이 원활히 돌아가야 하는데,이를 위해서는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투명해질 때 외국의 기업들이 몰려들 것이며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도 가능해질 수 있다. 셋째,서비스부문의 무역 활성화를 위해 경쟁해야 한다. 서비스부문의 무역은 최종재화의 교역과 달리 중간재로 사용되는 특성이 있어 전 세계의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특히 게임ㆍ영화 등 문화산업의 수출에도 주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끊임없는 무역증대를 위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해 갈 수 있는 국제무역 전문인을 배출시켜야 할 책무 또한 가볍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화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국내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화합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임할 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둘째,산업간의 화합이 필요하다. 시장개방을 둘러싸고 농업부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농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기에 앞서 산업간 협력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우리의 주요 교역국인 주변국과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은 우리나라 전체 무역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무역파트너이지만 최근 들어 자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마찰을 넘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넷째,세계주의와 지역주의의 조화를 위해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FTA체결을 통해 무역을 확대하는 한편 WTO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무역자유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무역 규모 1조달러 달성이라는 새 역사는 '경쟁'과 '화합'이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2006년에는 새로운 생각과 사고로 무역의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한국무역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