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권 주자들에겐 2006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이다.


2007년 12월 예정된 대선을 겨냥해 바닥 다지기에 나서야 하는 한편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세확산에도 주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지난해 말 대선 경선을 위한 '게임의 룰'을 마련하면서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


대선주자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함축시킬 '키워드'를 찾아 국민과 당원들에게 성큼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여 '일자리 설계사' 대 '따뜻한 개혁'


사표를 제출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핵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통일전도사'로 자리매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평화를 증진하면 안보위협이 줄어들며,국가신인도는 올라 경제적 이익과 평화이익이 동시에 온다"는 '평화경제론'을 브랜드화했다.


그러나 올해 당으로 복귀하는 정 장관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일자리 설계사'와 국가브랜드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복지사령관'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따뜻하고 겸손한 개혁,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편안한 정치,정직한 리더십을 키워드로 제시해 차별적 이미지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장관은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역설하는 등 지난 1년간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양극화 해소 문제에 진력,'서민의 벗' 이미지를 부각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두 사람은 올해 2월의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대선전에 앞서 험한 예선전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특히 '당권의 게임 룰'이 확정됨에 따라 벌써부터 1만여명의 대의원을 상대로 본격적인 지지세 확보 경쟁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양측은 각 정파와 합종연횡 등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야 '대처형 리더십' 대 'CEO'


한나라당은 7월 전당대회가 분수령이다.


박근혜 대표는 대표직을 내놓게 되고,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도 6월부터 시장과 지사직을 끝내고 당에 복귀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계급장'을 떼고 대권 레이스를 시작하게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세 예비후보 진영의 대선 전략 수립과 사전 정지작업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박 대표는 다소 약해보이는 이미지,감성정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한 리더십을 심어준다는 방침이다.


노조와의 싸움을 통해 영국경제를 일으켰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같은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대처 전 총리처럼 강한 리더십으로 우익개혁의 선봉에 서서 부드러운 이미지에 강인함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최근 박 대표가 사학법을 둘러싸고 초강경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한 측근은 "대처 전 총리 집권 전 영국은 이른바 '영국병'에 극심하게 시달렸다"며 "대처가 노조와 맞붙으며 영국병을 치유했는데,박 대표도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전교조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 대표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은 '힘'을 내세우고 있다.


'힘 있는 CEO(최고경영자)'형 지도자가 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국민을 행복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청계천 효과'로 입증된 특유의 추진력과 리더십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만들고 그러기 위해 세계 경쟁력 1위 산업을 최소 2개 이상,삼성 같은 세계 일류기업을 최소한 5개를 육성한다는 큰 틀의 비전도 마련하고 있다.


이 시장의 측근은 "CEO형의 힘 있는 지도자가 어떤 비전을 갖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지사는 세종대왕리더십을 역설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민본,실사구시,실용,통합,과학경영,인재경영,글로벌 시각 등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임 중 대규모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규제 완화를 관철시키면서 CEO형 지도자로 활동한 배경엔 이런 실사구시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측근들은 강조한다.


◆고건 '창조적 실용주의'


새해에 적극적 대권 행보를 예고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설파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경제성장 동력은 떨어지고 청년실업은 심각하다.


여기에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는데,이를 해결하려면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 꿈을 가지고 미래를 열어가는 창조적 의미에서의 실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