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진가신 감독의 '퍼햅스 러브'는 10년간에 걸친 남녀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영화다.


역시 10년 동안의 남녀관계를 추적한 그의 전작 멜로 '첨밀밀'(1996)과 얼개는 유사하다.


두 작품 속 여주인공은 모두 야망을 위해 가난한 남자를 버린다.


그러나 10년 뒤의 결과는 판이하다.


'첨밀밀'의 사랑이 낙관적이라면 '퍼햅스 러브'는 비관적이다.


신작에서는 사랑과 짝을 이룬 소유욕과 질투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중국 최고의 스타 지엔(금성무)이 유명감독 니웨(장학우)의 신작 뮤지컬 주연에 캐스팅돼 상하이에 와서 10년 전 자신을 버린 뒤 인기배우로 성공한 손나(주신)와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을 키워준 니웨의 연인이다.


세 사람이 함께 출연하는 작품은 공교롭게도 기억을 잃은 한 여자가 연인을 버리고 자신을 구해준 서커스 단장을 사랑하는 삼각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속 내용과 세 사람의 실제상황은 묘하게 일치되고 해묵은 감정들이 폭발하게 된다.


관객은 이 작품을 눈을 감고 라디오 프로그램처럼 감상할 수 있다.


음악은 주제와 분위기를 완벽히 장악한다.


작품 전편에 흐르는 재즈 발라드 팝 라틴댄스뮤직은 때로는 절규하듯,때로는 속삭이듯 애절한 사랑을 들려준다.


노래의 여운은 장면 간 이음새마저 부드럽게 뛰어넘는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의 영상은 음악과 사운드에 훌륭하게 조응한다.


사랑의 상실과 질투심을 집약한 야외서커스장면도 뛰어나다.


공중곡예를 벌이던 니웨가 손나에게 뻗었던 팔을 거둬들여 스스로 추락하는 모습이 공중에서 부감촬영으로 제시된다.


관객들은 그가 자살한 것으로 생각해 충격을 받지만 잠시 후 떨어졌던 니웨가 스태프의 박수를 받으며 일어서면서 작품 속 한 장면임을 알게 된다.


실내 공연을 야외로 끌어냄으로써 현실성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아름다운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도 뚜렷해진다.


장학우가 부르는 테마곡도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사랑은 돌아볼 때 더 뚜렷이 다가오네/눈물로 얼룩졌지만/사랑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네."


1월5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