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말길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에게는 '재무통''관리통'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공인회계사로서 1965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그룹의 재무 관리분야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경력을 놓고 보면 강 부회장은 '유통 외길'을 걸어온 대표적 경영자로 손꼽힌다. 지난 89년 희성산업(현 GS리테일) 전무를 시작으로 95년 LG유통 대표,2004년 GS홈쇼핑 대표까지 유통경력만 17년째다. 특히 국내 유통산업 최장수 CEO(최고경영자)로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을 두루 거친 게 강 부회장의 최대 강점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게 유통업의 본질'이란 게 그의 유통철학.그는 최근 미국 인터넷기업 구글의 성공비결을 소개한 '십계명'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고 전 직원에게 관련자료를 배포했다. "Focus on the user and all else will follow." '고객에게 집중하면 나머지는 모두 해결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구글 십계명의 첫 번째 항목은 바로 강 부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유통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것. GS홈쇼핑은 올해 오픈마켓인 'GS이스토어'를 개설한 것을 비롯해 T-커머스,중국 진출 등 유통환경의 변화를 좇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로 만 62세를 맞는 강 부회장은 신사업 등 회사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 '열정이 사라진 사람이 노인'이란 신조를 갖고 있는 그는 "물은 섭씨 99도에서 끓지 않는다"는 말로 회사 혁신을 강조한다. 혁신활동의 비등점인 100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일해온 모든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설계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식의 신중한 경영스타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온라인 유통업에서 빠른 의사결정 등 타이밍은 승부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부회장은 그러나 철저한 준비로 인해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일단 방향이 결정되면 '비등점 100도'의 추진력으로 주위의 우려를 털어내 왔다. GS이스토어,중국 진출,T-커머스 등 신사업들은 경쟁업체에 비해 어느 것 하나 빠르지 못한 대신 최단시간 내에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철저한 준비 끝에 출발한 GS이스토어의 경우 7월 출범 당시 20억원에 불과했던 주문액이 12월 들어 300억원대로 15배 정도 초고속 성장했다. 강 부회장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로 협력업체와의 공생도 강조하고 있다. GS홈쇼핑이 업계 최초로 '네트워크론'을 도입,중소협력업체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그의 평소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