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도둑맞는 캐릭터 디자인…상품화 등록 먼저하면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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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전문업체 '디자인설' 대표 서민수씨는 최근 남대문 시장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인터넷 블로그 장식용으로 개발한 캐릭터가 찍힌 티셔츠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던 것. 서씨는 수소문 끝에 티셔츠 제조업체를 찾아가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서씨는 "그나마 티셔츠업자가 비교적 양질이어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도리없이 캐릭터 디자인을 빼앗길 뻔했다"고 토로했다. 서씨가 자신이 개발한 캐릭터에 저작권 등록만 하고 산업재산권 등록은 안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최근 캐릭터 디자인업계에서는 서씨의 경우처럼 캐릭터의 창안자를 제치고 제3자가 그 아이디어를 가로채 상품화시켜버리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주로 캐릭터 창안자들이 저작권만 신경쓰고 산업재산권 등록을 소홀히 하는 데서 빚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저작물을 독점적으로 상품화하기 위한 산업재산권은 반드시 등록해야만 인정받는다.
특히 산업재산권은 선(先) 등록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어 저작권자가 아닌 제 3자가 먼저 등록,상품에 대한 권리를 가로채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저작권자가 아닌 사람이 산업재산권을 부여받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래 디자인을 교묘하게 변형시켜 산업재산권 등록을 해버리는 '얌체족'도 많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는 최근 발행한 '캐릭터 불법복제 현황 및 대응 매뉴얼'에서 이 같은 사례를 집중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엽기토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마시마로'의 외형을 복제한 후 옷을 입히고 코나 손,발 등을 원작보다 크게 만들어 놓은 제품을 비롯해 중국 소녀 캐릭터 '뿌까'의 머리 부분을 복제한 후 눈 모양과 몸통을 변형시켜 놓은 제품 등이 소개돼 있다.
이 얌체족들은 살짝 변형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특허청에 산업재산권을 등록한 후 타인에게 라이선스를 양도해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이들로부터 제품 판매 허가를 받고도 '정품' 인정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도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재산권 등록 절차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청이 산업재산권을 내주기 전에 제품이 저작권 등록이 돼 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검색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저작권 관리기관인 문화관광부와 산업재산권 심사기관인 특허청 간의 협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또 캐릭터 업체로서는 저작권과 함께 산업재산권을 미리미리 등록하도록 하고,복제품이 나오기 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면 무효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편 라이센싱협회는 현재 캐릭터 불법복제 대응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오는 2월 캐릭터 저작권 보호 신고센터(가칭)를 열고 사이트도 운영할 계획이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