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유(U)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해외 공장을 국내로 이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 경기지역 제조업체 중 해외공장을 보유한 300개사를 대상으로 '제조업체 국내 U턴 현황과 전망'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기업의 94.9%는 '국내 U턴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29일 밝혔다.


조사에서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은 1.7%에 그쳤고 '국내사정이 좋아지거나 현지사정이 나빠질 경우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응답도 3.4%에 머물렀다.


특히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국 중 66.4%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과거보다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보다는 낫다'는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일본과 같은 제조업의 '국내 U턴 현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에 공장을 둔 기업들은 진출 초기와 비교한 부문별 투자매력도 평가(크게 개선됐으면 5점,크게 악화됐으면 1점)에서 △법·제도적 환경(2.61점) △인건비 부담(2.72) △인력확보(2.82점) △노사관계(2.93점) △원부자재 조달(2.99점)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과거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67.5%는 '매력이 떨어졌지만 국내보다 낫다'(67.5%)고 답했고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응답도 18.9%를 차지했다.


게다가 '국내 U턴'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기업 중 9.8%는 '국내 U턴 대신 베트남 인도와 같은 제3지역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꾸준히 공장을 일본으로 U턴시키고 있다.


임금부담은 커지지만 만성적인 엔고(高) 속에서 체질이 강화된 만큼 설비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중국의 차단기 생산 공장을 일본으로 옮긴 마쓰시다전공은 설비 자동화로 중국에서 200명이 했던 일을 20명이 처리하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를 막기 위한 구조개혁특구법과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인센티브도 일본 기업들의 U턴을 촉진시키고 있다.


신일철화학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새 공장 부지로 한국 충주시와 기타규슈현을 놓고 저울질을 했던 이 회사는 임금부담을 감수하고 항구를 하루 24시간 돌리기로 약속한 기타규슈현을 택했다.


기술 유출 우려도 일본 기업의 U턴을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일본에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샤프(액정패널)와 마쓰시타(PDP) 등 첨단 전자업체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해외공장의 국내 U턴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생산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고부가상품 개발'(46.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