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5세대'가 한국을 바꾼다 .. 포스트 386 "脫이념..경제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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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5(26~35세)세대'가 한국 사회를 뒤바꿀 새로운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386'을 포함한 이전 세대와는 현저하게 다른 '리버럴(liberal)'과 '실용'을 코드로 우리 사회에 새 문화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풍요가 싹튼 19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민주화가 자리잡기 시작한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이념보다 현실,명분보다 합리,집단보다는 개성 중시의 뚜렷한 성향을 앞세워 기성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전체 인구의 17%,경제활동인구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영향력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문화 마니아 1세대,배낭여행 1세대,해외연수 1세대 등으로 불리며 '웰빙',명품 소비의 대중화와 함께 필수 생활용품 구매에서는 최대한 실속을 추구하는 '가치 소비'를 확산시켜 왔다.
'BMW 미니쿠페''레드망고''스타벅스''미샤''더페이스샵' 등은 2635세대의 소비 패턴에 주목한 비즈니스의 전형적인 성공 케이스다.
인터넷 생활화 1세대답게 다양하고 전문적인 정보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합리주의적 경제관과 소비 행태는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중앙리서치(CRC)와 공동으로 실시한 '생활의식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어느 세대보다 유복하게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은 사회 진입기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적 실리주의.이념적 실용주의를 터득했다. "인생의 주연이 되느냐 조연이 되느냐도 결국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 류요한 웨딩칼럼니스트(31)는 자기 세대의 경제관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이번 한경-CRC 조사에서 "필요한 물건을 '세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입한다"는 답변이 60%를 웃돈 세대는 2635가 유일하고,좋은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인터넷의 여러 곳을 둘러보는 비율도 81.9%로 직전 세대인 '386'(73.4%)을 압도했다.
이들에게 '젊어서는 진보,나이 들면 보수'라는 통설이 먹힐 리 없다.
"무척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위험이 없는 한에서만 그렇게 하고,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는 않는 딱 그 정도"라는 게 2635세대 작가 김연수씨(35)가 자신이 속한 세대에 대해 내리는 진단이다.
이들은 월드컵 열기와 해외 한류를 맨 앞에서 체험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쌓았다.
이런 성향은 바로 앞세대인 386세대의 30.6%가 '외국 영화보다 우리 영화를 더 좋아한다'는 반응을 보인 데 비해 2635세대는 절반에 가까운 44.3%가 국산 영화를 선호한다고 밝힌 데서도 드러난다.
'반미(反美)'를 외치면서도 할리우드와 맥도날드 문화에 대한 동경심에 노출돼 있던 386세대가 보이고 있는 모순된 정서와는 판이하다.
글로벌화·개방화·민주화를 향유하면서도 청년실업대란을 온몸으로 돌파하고 있는 2635세대는 어느덧 한국 사회의 새 주력 세대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방향을 올바로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을 미룰 수 없게 됐다.
한경이 2635세대에 대한 분석과 진단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이유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