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들이 연구비 걱정 없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안겨줄 생명공학도들이 많이 탄생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포스텍(포항공대) 연구실 벤처기업인 뉴로넥스의 김동찬 사장(32)은 30일 "황우석 교수 사태로 인해 국내 생명공학 연구 전체가 후퇴해서는 안되며,오히려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새해 소망을 말했다.
김동찬 사장은 "지금 선진국에서는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통해 생명공학 분야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면서 "과학자들이 과거의 충격에서 벗어나 본연의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올해 8월 졸업 예정인 김 사장은 이 대학 연구실 소속 20개 벤처기업 중 가장 젊은 경영자다.
그는 2000년 7월 포스텍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48)가 분자신경생리학 연구실을 기반으로 창업한 뉴로넥스에서 연구원 활동을 하던 중 2003년 7월 김 교수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김 사장의 학위논문 연구 분야인 '천연 추출물을 이용한 위장 보호 메커니즘 규명 작업'이 관련 기능성 건강보조식품 개발은 물론 신약의 연구개발 가능성을 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에게 아무런 금전적 대가 없이 사장 자리를 내주는 대신 국민들을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행복지수'를 업그레이드시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밤을 지새워 가며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스스로 마루타가 되어 각종 자연추출물을 이용해 만든 물질을 마셔 보고 그 결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수백번 거쳤습니다."
2년여의 연구 끝에 지난해 11월 그는 인도와 중남미 등에서 카레의 주 원료로 쓰이는 강황(姜黃)이 위장 보호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강황 성분 중 에탄올과 에틸아세테이트 추출물이 위산 분비를 효과적으로 억제 조절하고 있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김 사장은 부작용이 없는 위장 관련 천연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그는 지난달 복분자와 산딸기에서 뇌에 악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콜티졸'을 정상 수치로 낮추어 주는 신기능성 물질을 분리,추출했다.
그는 김 교수팀과 공동으로 이를 원료로 항스트레스 효능의 건강음료 식품 개발과 상품화에도 전력 질주하고 있다.
김 사장은 새해를 맞아 연구활동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과학자는 연구에,기업가는 비즈니스에 전념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천연신약의 연구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벌면 다시 연구활동에 합류,늦어도 10년 내 스트레스와 우울증,파킨슨병,치매 등의 내분비 질환을 억제하는 토종 신약 및 건강식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 사장과 함께 일하는 김선희 연구원(26)은 "젊은 과학자들의 신선한 의욕과 용기가 만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