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규모와 질적인 측면에서 과거의 수준을 압도한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가 선두에 나선 가운데 제철 타이어 석유화학 등의 업종이 뒤를 받치고 있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해외자원개발 부문에서도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개척자적 정신으로 세계의 오지를 누비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영토 확장에 힘입어 주요 기업들의 해외 부문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이 마침내 80%에 도달했다.


현대차도 8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박차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3조원가량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 300mm 웨이퍼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라인을 증설,플래시메모리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인도에는 연간 생산 100만대 규모의 휴대폰 공장을 건립한다.


인도 공장은 중국 톈진과 선전,브라질의 캄피나스에 이은 삼성전자의 네번째 해외 휴대폰 생산라인이다.


올해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기업은 현대자동차.총 30억달러를 들여 유럽 중국 인도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10억유로가 투입되는 유럽공장의 경우 올초 부지 확정을 거쳐 오는 2007년 연산 30만대 규모로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선 체코가 유력한 상태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2공장(베이징)과 연산 15만대 규모의 인도 제2공장(첸나이)도 올해 착공에 들어간다.


기아차 역시 올해 미국공장 부지를 최종 확정하는 동시에 지난해 10월 착공에 들어간 중국 2공장(장쑤성 옌청시) 건설에 박차를 가해 200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올해 해외에 총 60만평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


LG전자는 오는 4월 폴란드 므와바에 디지털 TV공장을 준공하고 러시아 루자 공장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LG필립스LCD도 폴란드 브로초와프에 20만평 규모의 LCD패널 공장을 착공하고 LG이노텍은 5월부터 폴란드에 제조시설을 착공한다.


포스코는 총 100억달러를 들여 인도에 연산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


포스코는 인도제철소가 최종 완공되면 국내 포항·광양제철소(연산 3000만t)를 포함해 연산 4200만t의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북동부 쎄아라 뻬셍 산업단지 내에 연산 150만t 규모의 슬래브 공장을 짓는다.


지난해 말 착공한 이 공장은 오는 2008년 상반기 중 완공,2009년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총 투자비는 7억5000만달러다.


이 밖에 한국전력은 총 15억달러를 들여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 대형 발전소를 착공하면서 중국 허난성 지아주오시에도 60만kW짜리 석탄화력발전소를 세운다.


◆빅3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서 올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한국의 '빅3' 기업은 '글로벌 경제영토 확장'을 진두지휘하며 매출의 80%가량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이들 빅3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2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해외 수출과 현지 생산·판매로 65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금액은 47.6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6%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LG전자는 미국 유럽 중국에 이어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개척에도 성공,지난해 23조8000억원의 전체 매출 중 80%에 달하는 19조원가량을 해외에서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시장 공략도 눈부시다.


현대차는 지난해(2005년 1∼11월) 213만6000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163만3000대를 해외에 내다 팔았다.


해외 판매 비중은 무려 77.3%.기아차도 같은 기간 전체 판매대수 113만9500대 중 90만대(78.9%)를 해외에서 판매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주요 기업들에 해외사업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이들 기업이 성장은 물론 생존을 위해서라도 글로벌경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구촌 곳곳서 자원개발 투자


한국석유공사는 유전 개발을 위해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3억5000만달러를 베트남 예멘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가스공사 역시 러시아 서캄차카와 미얀마 등을 중심으로 가스전 확보에 나서고 광업진흥공사는 필리핀과 페루에서 구리와 아연 생산에 나선다.


페루 광산은 우리나라가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A－1,A－3 광구 탐사 및 평가 시추작업에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한다.


LG상사도 카자흐스탄 아다광구 시험탐사에 53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LG상사 관계자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건실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외자원 확보가 필수"라며 "앞으로는 해외자원 개발이 국가적 차원에서 글로벌 경영 전략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