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동료들 사이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꼽히는 삼성 계열사의 서모 과장(남·34)은 넥타이 구두 등 일부 패션소품은 명품 브랜드만을 고집한다.


그렇다고 서 과장이 소위 말하는 '명품족'은 아니다.


양복 와이셔츠 등은 대부분 백화점 세일기간을 이용해 장만하고 평소 씀씀이를 꼼꼼히 기록해 동료들 사이에서는 '짠돌이'로 통한다.


롯데 계열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황모씨(여·28)는 같은 또래 여성들과 달리 자동차 옷 화장품 등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황씨의 한 달 용돈이라야 교통카드 구입비를 포함해 10만원 남짓.약속이 없으면 점심도 도시락이나 편의점의 즉석 식품으로 때우기 일쑤다.


이런 황씨지만 1년에 2~3차례는 해외여행비로 수백만원을 지출한다.




이처럼 자신이 유독 선호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위해선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럭셔리'한 지출을 서슴없이 결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기성세대 뺨치는 '짠돌이' 구매행태를 보이는 '1인 소비 양극화'가 2635세대의 독특한 소비패턴이다.


광고회사 제일기획은 지난해 '우리 시대의 미드필더,2635세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26~35세 연령대의 소비성향을 주관적 만족에 치중하는 '가치소비'로 진단했다.


이들 세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명품선호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절약을 미덕으로 여겼던 386세대와 달리 2635세대는 소비를 자기애(愛)를 실천하는 행위로 합리화한다.


제일기획의 설문조사에서 2635세대의 49.4%는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나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응답했다.


이들 세대의 자기애는 종종 '지름족'의 행태를 띠기도 한다.


가격이 비싸 평소에는 엄두도 못 냈던 물건을 과감히 '지르게(사게)'된다는 뜻을 가진 지름족은 지난해 인터넷 검색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용어다.


반면 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곳에는 최대한 아끼는 '야누스'적 소비패턴도 2635세대의 특징으로 지적됐다.


2635세대의 47.3%가 "할인 쿠폰과 제휴카드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는 386세대(40.6%)를 앞지르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제일기획 보고서는 이 같은 2635세대의 소비 패턴을 "할인 쿠폰을 모아서,벤츠타고 이마트에 간다"고 비유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김익태 소장은 "한 사람의 소비자가 돌출적인 소비와 절약이라는 두 가지 영역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것은 평균적인 소비자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 평균적이고 어중간한 가격의 상품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기업들도 이 같은 소비트렌드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소비패턴은 비단 한국 2635세대만의 특징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의 '일점 호화소비(一点 豪華消費)',미국의 '로케팅(Rocketing)' 트렌드는 고급품을 사고 싶은 소비 심리가 경제적 제약과 맞물려 등장한 용어로 가치소비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저가격이면서 고품질인 대중 제품과 고가의 명품이 공존하는 시장,혹은 어정쩡한 가격대가 사라진 시장에서 기업들은 분명한 마케팅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성적 가치를 안겨줄 명품브랜드를 만들거나,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양자택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주체로서 2635세대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들의 '가치 지향적' 소비패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