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가 최근 러시아 정부의 국가 주도적 경제 정책과 정치적 부자유를 비판하며 전격 사임했다. 그의 사임은 푸틴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무리한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의 경제 통제에 대한 일라리오노프의 우려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즈프롬과 우크라이나 간의 깨져버린 협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양국의 관심은 에너지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비용으로 얼마를 요구하느냐이다. 러시아는 현재 1000㎥당 50달러를 받고 있지만 이를 4배 이상 늘려 220~230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운반할 때 대부분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야 하는데 이 점을 우크라이나는 이용할 수 있다. 유리 예하누로프 우크라이나 총리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로를 차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가스관 수송비를 인상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계약서상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2009년까지 유럽으로 가스를 나를 수 있고,그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1000㎥당 50달러로 가스를 공급받기로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하려 하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상의 선택은 투명한 시장 원리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선택이 중요하다. 일라리오노프가 지적했듯이 러시아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에 충성하는 벨로루시에는 1000㎥당 48달러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지만,독립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그루지아와 아르메니아에는 1000㎥당 110달러를 받고 있다. 정말로 푸틴 대통령이 주장하듯 경제가 중요하다면 왜 실용주의적 협상을 피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세 가지 정치적 이유가 있다. 첫째,러시아는 현 우크라이나 정부를 친서방적이고 경제적으로 취약하게 보이게 해 3월에 있을 의회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함이다. 둘째,우크라이나의 민주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오렌지 정부'의 평판을 나쁘게 만들려는 것이다. 셋째,우크라이나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기 위함이다. 지금 유럽 대륙과 미국은 양국의 논쟁을 지켜보고만 있다. 하지만 체결된 협상의 확실한 이행과 정치적 목적을 배제한 시장 가격이라는 두 가지 원칙상에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도와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에너지 강경 정책을 잘 조율하는 것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그 '가스 논쟁'에 말뚝을 박아야 한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 ◆이 글은 '세계 평화를 위한 카네기 기금(CEIP)'의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담당관인 앤더스 애슬런드와 우크라이나의 비정부단체 '오렌지 서클'의 설립자인 애드리언 캐러트니키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공동기고한 '새로운 크림 전쟁(The New Crimean War)'이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