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입각문제가 새해 벽두 최고의 뉴스거리로 등장했다. 유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및 이해찬 총리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코드인사'인 데다 거침 없는 언행으로 늘 사회·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온 인물로 당내에서조차 입각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유 의원 기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2일 개각에서 일단 유보한 게 이런 복잡한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 의원 입각 보류는 모양 갖추기=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입각자 명단에서 뺀 것은 입각 자체에 대한 보류가 아니라 당내 반발 등을 고려한 모양 갖추기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유 의원 입각에 대해 이례적으로 당내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진무 과정 없이 유 의원을 발탁할 경우 당·청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유 의원의 기용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당 지도부의 양해를 구하고 설득하겠다는 의미다. 청와대측의 브리핑에서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은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유 의원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고 충분히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수석은 이어 "지금 당 일각에서 문제가 제기돼 있는 상황이므로 예의를 갖춰 당 지도부와 협의할 것"이라면서 "(당과) 협의과정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전적으로 신임하고 있으며 조만간 당 지도부와의 협의과정을 거쳐 유 의원을 장관으로 발탁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 안팎의 불만의 소리가 적지 않은 터라 유 의원의 입각이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앞으로의 여론 향배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시민 누구이기에=서울대 총학생회대의원회 의장 출신으로 각종 쟁점을 놓고 당내 중도·보수세력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표적인 개혁 강경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일부 신문을 겨냥해 '독극물'이라는 극한 표현을 서슴지 않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캐주얼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려다 제지당하는 등 거침 없는 언행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온라인 후원금만 8000만원이 넘어설 정도로 열성팬들이 많은 반면 "유 의원이 되면 이민 가겠다"고 말하는 골수반대파 또한 적지 않은 이유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을 포함한 입각설에 대해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과 충성심 등 두 가지 중 적어도 한 가지는 충족돼야 한다"며 "제가 무슨 능력이 있나요. 거론되는 사람 가운데 조건에 맞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 않나요"라고 일갈해 눈길을 끌었다. 입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 모두가 자격미달이라는 일침이었다. 그는 노 대통령과 이 총리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과거 이 총리가 13대 의원 시절 국회 보좌관을 역임하면서 연을 쌓았다. 이 총리는 사석에서 "유 의원은 보좌관 시절 두세 사람 몫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유 의원은 2001년 말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는 등 지근거리에서 노 대통령을 도왔다. 개혁국민정당(개혁당)을 창당해 '노무현 지킴이' 역할을 자임했다. 이런 연유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애착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