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이 올해 매출 목표를 100조원으로 잡은 데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공격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올해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9.6%나 늘려잡은 대목에서도 현대·기아차의 '비장한 각오'가 엿보인다. 정몽구 회장도 이날 "올해는 글로벌 경영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출 100조원 달성 가능한가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우량 계열사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어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지난 3년간 침체를 보였던 자동차 내수 시장이 올해는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시장 확대는 시장점유율 70%를 웃도는 현대·기아차의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내수 판매가 지난해보다 13.3% 늘어난 93만50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외 판매목표치를 작년보다 16% 증가한 411만9000대로 잡았다. 현대차는 특히 올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30만대 생산체제를 본격 가동하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생산량이 10만대를 밑돌았지만 올해 신형 싼타페를 투입,생산량과 공장 가동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시장에서 신형 쏘나타에 이어 신형 그랜저,신형 싼타페를 속속 투입해 주력 판매 차종이 값싼 소형차에서 고가의 중·대형차로 바뀌고 있는 것도 실적 호전 요인.입지를 확실히 굳힌 중국과 인도에서는 차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신흥 시장인 동유럽 동남아 등지에서도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현대모비스와 현대INI스틸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 계열사들도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INI스틸은 충남 당진의 A열연공장이 올해부터 완전 가동되는 데다 오는 10월 B열연공장이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는 증자와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알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매출 100조원 클럽' 가입 의미 매출 100조원 진입은 의미가 크다. 그룹 차원의 계열사 통폐합과 업무 분장 등 구조조정이 올 1분기 중으로 모두 끝나면서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오던 전장(전기장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7월 현대오토넷 인수를 시작으로 전장부품 개발업체인 카네스를 설립하는 등 부품 계열사의 수직 계열화를 거의 완료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1998년 100조1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매출 100조원을 돌파한 것도 반도체 사업의 성공과 지속적인 구조조정 덕분이었다"면서 "매출 100조원 달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 매김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