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의 견인차는 단연 2635세대다. 지난 90년대 후반 데이트를 즐기던 대학생들이었던 이들이 한국영화의 주소비자층으로 급부상하면서 당시 20%선에 머물렀던 한국영화 점유율이 2~3년새 50% 안팎으로 치솟았다. 멀티플렉스 CJ CGV의 분석을 보자. 영화의 연령별 최대고객층은 20대 후반 여성이고 다음 20대 초반 여성,20대 후반 남성,20대 초반 남성 순으로 나타났다. 영화관 회원 연령층도 26세부터 35세까지가 전체의 4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00만명 이상을 동원한 대박영화 '너는 내운명' '친절한 금자씨' '말아톤' '마파도' 등의 주관객층도 그들이었다. 또한 독신자를 소재로 삼은 인기방송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올드미스 다이어리'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영화 '싱글즈' 등도 그들을 타깃으로 만들었다. 2635세대의 파워는 공연계에서도 거세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국내가요와 콘서트의 주관객은 10~20대,뮤지컬과 오페라,클래식 등 고가 공연의 최대관객층은 30~40대로 구분됐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력을 갖추고 문화활동에 대한 취향도 갖춘 중간세대가 급부상하고 있다. 온라인공연티켓매매사이트 티켓링크에 따르면 장기흥행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뮤지컬 '아이다'의 경우 2635세대가 전체 관객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세대의 경우 여성관객이 70% 이상이지만 이 세대는 남성관객도 많다. 일례로 '아이다'의 경우 2635세대는 여성 59%,남성 41%에 달한다. 요일별로 편중된 관객성향을 보이는 다른 세대와 달리 2635세대는 주말과 평일 고루 분포돼 있다. 성수기에도 가장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2635세대는 문화사의 대변혁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왕성하게 소비한 한국의 첫 세대로 평가된다. 지난 1988년 한국영화산업의 구조를 흔든 미국 직배영화 허용,1996년 본격 뮤지컬시대의 도래를 선언한 '브로드웨이42번가',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한국영화의 전환기를 연 '쉬리'개봉,그리고 극장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꾼 멀티플렉스 첫 개관 등 굵직한 사건들을 성장기에 겪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당시 10대였던 그들이 국내 가요사에 처음으로 서태지 팬클럽을 결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2635세대는 기성세대들이 이룩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 도래한 인터넷시대를 맞아 교육,정보,소비가 복합적으로 섞이면서 두터운 문화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른바 '호모비루투엔소'로 불리는 정보화시대의 마니아들은 인터넷 환경에 살면서 대리적인 삶을 사는데 익숙해졌다. 그들은 현실세계에서 직접적인 접촉으로 체험과 지식을 쌓았던 호모사피엔스들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인터넷을 통한 가상체험은 따분한 일상과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탈출하는 출구가 됐다. 그들은 현실세계에서 의사소통하는 것보다 영화와 뮤지컬의 주인공과 가상적인 사랑에 빠지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스크린과 무대에 비친 배우의 이미지가 자신의 이미지 일부를 반영하고 있는데 매혹된다. 기성세대가 스타를 그저 선망의 대상으로 부러워했던 것과는 판이한 정서다. 한국영화를 비롯한 국산공연물이 이들 세대에 유독 어필하는 것은 이들의 이런 속성 덕분이다. 그들은 구체적인 메시지보다는 이미지,활자보다는 영상,편지보다는 통신을 선호한다. 그들은 기성세대와 구분하는 방편으로 예술적 소양을 선택했다. 소유한 물건이 나를 규정하듯 문화적 소양도 나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라고 여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