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에게 듣는다] "컨버전스 앞선 기업이 주도권 잡을것"-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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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물결'에서 제시한 잣대로 비교할 때 현재 한국의 상황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5년 전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말했듯이 한국은 한 세대 만에 제1,2,3의 물결을 달성한 나라입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했고 제3의 물결 흐름에서 한국이 좇을 만한 검증된 모델은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제가 한국인과 한국문화에서 받은 인상은 아주 강렬합니다.저는 이를 존중하고 믿습니다.더욱이 한국은 산업 발전과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지속적인 발전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어느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지요.
"한국은 경제 발전을 위한 많은 기회를 가졌고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앞으로 주력할 분야를 꼽는다면 서비스분야입니다. 세계의 제조업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제조업체도 중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국이 서비스분야를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기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서비스분야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요.
한국만의 특별한 강점이 있습니까.
"한국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첨단기술입니다. 한국은 첨단기술을 서비스분야와 결합해야 합니다. IT(정보기술)를 접목한 서비스를 확산시킬 때 그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즘 아시아에 영화나 TV드라마를 중심으로한 '한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서비스분야의 일종입니다. 여기에 한국이 가진 IT를 접목시킬 경우 다른 어떤 나라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서비스분야와 하이테크를 결합하는 컨버전스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컨버전스를 강조하시는데요.
다른 분야의 컨버전스도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IT와 바이오테크놀로지(BT,생명공학)와의 결합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동안 BT의 발전은 컴퓨터,디지털기술,인터넷 등 IT에 힘입은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BT가 바이오칩,DNA 컴퓨팅 등의 형태로 IT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 두 영역을 결합시킬 경우 완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뉴로 (neuro,신경)사이언스'도 그런 영역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전공학과 과학기술이 접목돼 인체(人體)에 적용되면 인간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고 인간 진화의 '제4의 물결'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씀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뉴로사이언스도 제4의 물결이라고 볼 수 있는지요.
"아닙니다. 아직 그 단계는 아닙니다. 인간 진화와는 개념이 다르죠.다만 잘만하면 여러 가지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제3의 물결'에서도 가장 발전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잠재력을 '작은 사이즈'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큰 것이 무조건 좋다는 시기가 있었습니다.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작은 것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유럽이 대표적입니다. 유럽이 단일화를 추진하는 와중에서도 아일랜드와 핀란드같은 나라는 훌륭하게 성공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제 이런 모델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작지만 훌륭한 시스템을 갖춰 미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얼마 전 한 연구소에서 한국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해외 출장을 함께 가고 싶은 사람'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플러 박사께서 1위로 꼽혔습니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입니까.
"CEO들이 그랬다면 저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주겠다는 거지요(웃음).한국의 산업은 아주 설레는 미래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CEO들은 복받은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린다면 모든 CEO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산업 밖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도 큰 변화는 항상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인 변화는 사안에 따라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엄청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변화를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갖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일만해도 벅차다는 CEO들이 많은데요.
상당수 CEO들은 다른 분야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걸 고쳐야 합니다. 대학의 MBA 코스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이 코스에서는 거시경제,회사,국가의 펀더멘털만 가르칩니다. 경제와 기업에 대해서만 토론합니다. 다른 분야는 무시합니다. 이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접하고 몸담고 있는 분야가 전부인줄 압니다. 최고 경영자가 되면 달라져야 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바라보는 능력을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최근 비정부기구(NGO)의 중요성을 자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중요합니다. 이제 NGO는 항상 염두에 둬야할 존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만 떠오르는 파워가 아닙니다. 세계 각국의 NGO도 주목해야 합니다. 개별 기업엔 작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여론을 형성하는 만큼 기업들도 그들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조직을 따로 둘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MBA 코스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전반적인 교육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산업은 제3의 물결인 정보화시대인 데 교육만은 제2의 물결인 산업화시대에 맞춰 행해지고 있습니다. 비단 한국만이 아닙니다. 미국 등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렇습니다. 한 빌딩에 수백명,수천명의 학생을 모아 놓고 마치 공장에서 물건 만들듯 똑같은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똑같은 기술을 가진 대량 숙련공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죠.이는 대량생산체제에서 필요했던 교육입니다.
지금은 하이테크와 정보화 시대입니다. 개인의 독창성과 창조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교육제도로 전환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분야가 바로 교육입니다."